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당초 예상을 뒤엎고 근소한 차이로 찬성이 앞서자 세계금융시장은 주가와 환율이 요동치며 패닉(공황) 상태를 보였다.
특히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은 '잔류' 쪽에 포지션을 정하고 배팅을 해 온 만큼 탈퇴 결정에 따른 충격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영국이 실제 EU를 탈퇴하기까지 절차상 2년을 남겨 두고 있기 때문에 실물 경제 파장은 장기간 지속되겠지만 각국이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도 있다.
◇ 국내 금융시장 일시적 충격 불가피
우리 금융시장도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은 29%로 높은 편이다. 외국인 자금 중 영국의 비중은 8.4%로 미국(39.8%)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 돈의 상당부분이 빠져나가게 되면 주식시장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달러 강세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도 예상된다. 안전자산 선호심리의 강화로 달러와 엔이 강세를 보이고 원화가치가 절하되면 자본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낮춘 상황이어서 자본 유출 유인은 더 커진 셈이다.
여기에 브렉시트로 EU 경제가 예상보다 큰 충격을 받게 되고, 이것이 세계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경우 우리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한은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주가하락, 자본유출 등 금융시장에 충격은 있겠지만 세계 각국들이 그동안 브렉시트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며 "미국도 브렉시트의 영향을 감안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되고, 위안화도 안정돼 있는 만큼 우리 금융시장이 충분히 완충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 단기외채비중 등 대외건전성 면에서 매우 양호하고 재정여력도 높은 만큼 예상치 못한 돌출 변수가 없는 한 대응여력은 충분한 수준이다"고 덧붙엿다.
다만, 연초 주가폭락과 위안화 가치 급락으로 휘청했던 중국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경우 브렉시트가 우리나라에 미칠 파장은 훨씬 커진다. 이날 브렉시트 결정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주식 등 금융시장에 큰 변동성이 없었던 점은 긍정적이다.
◇ 실물경제 파장
브렉시트에 따른 실물경제 영향은 금융시장에 비해 긴 시계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EU 탈퇴까지 2년의 유예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성장률이 –1%~1.5%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성장률 하락에 따른 수요 감소로 우리 수출도 영향을 받겠지만 영국에 대한 수출비중은 낮아 타격을 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 영국 수출액은 73억9천만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했다.
그러나 브렉시트의 영향이 EU 등 인접국으로 파급되면서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 우리 경제가 받는 충격도 커지게 된다. 지난해 대 EU 수출금액은 480억7천만 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9.1%를 차지했다.
중국의 대 EU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우리 경제에 부담이다. 중국의 수출 부진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제심리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해 소비와 투자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가뜩이나 저성장에 허덕이는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큰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