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투어에 발을 디딘 2007년 조윤지는 6월이 오기 전까지는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6월 첫 대회에서 6위를 차지한 조윤지는 이후 9월초까지 7개 대회에서 우승 한번, 준우승 한번을 포함해 4차례 톱10에 입상해 신인왕 수상의 발판을 마련했다.
작년에도 6월부터 7월까지 우승 상금 3억원 짜리 특급 대회 BMW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며 상위권 입상이 이어졌다. 지난해 상금랭킹 3위에 오른 힘도 한여름 무더위 때 올린 성과 덕이었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뜨거워지는 조윤지의 샷은 올해도 변함이 없었다.
조윤지는 23일 경기도 안산 대부도 아일랜드 골프장(파72·6천522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솎아냈다.
6언더파 66타로 리더보드 맨 윗줄에 이름을 올린 조윤지는 "프로 선수가 된 이후로 봄에는 잘 쳤던 기억이 없다"면서 "날씨가 더워지니 샷이 좀 되는 것 같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투어에서 아이언샷이 정확하기로 정평이 난 조윤지는 이날 16차례나 버디 기회를 만들어낼 만큼 샷이 매서웠다.
버디 6개 가운데 4개는 핀에서 2, 3m 거리에서 나왔다.
조윤지는 "샷 감각이 좋아 버디 찬스가 많았고 수월하게 경기를 치렀다"면서 "보기 없이 1라운드를 마무리한 것도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초반에 성적이 나오지 않아 초조했다는 조윤지는 "겨울 전지훈련 성과가 워낙 좋아서 기대치가 높았다"면서 "이번 대회부터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껏 해보자 했던 게 통했다"고 밝혔다.
시즌 다섯번째 우승을 노리는 '장타여왕' 박성현(23·넵스)은 1라운드를 마친 뒤 실망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버디를 5개나 잡아냈지만 보기 3개를 곁들인 바람에 조윤지에 4타나 뒤져 부담을 안게 됐다.
장기인 장타와 아이언샷은 여전했지만 짧은 퍼트 실수가 발목을 잡았다.
보기 3개 가운데 2개는 버디 퍼트와 파퍼트를 잇따라 놓치는 3퍼트 탓에 나왔다. 18번홀(파5)에서는 두번만에 그린에 볼을 올려 맞은 7m 이글 기회에서 3퍼트로 파에 그쳤다.
박성현은 "누가 봐도 말이 안되는 보기를 했다"면서 "4라운드 대회에서 이제 1라운드가 끝났을 뿐이고 타수차가 크지 않으니 집중력을 끌어올려서 따라 잡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우승 물꼬를 튼 배선우(22·삼천리)는 중거리 버디 퍼트 호조를 앞세워 5언더파 67타를 때려 시즌 두번째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안정된 경기 운영이 돋보이는 배선우는 "요즘 샷이 좋아서 퍼팅만 따라 주면 우승도 욕심낼 만 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부상으로 시즌 초반 7개 대회를 결장한 끝에 복귀한 허윤경(26ㆍSBI저축은행)도 1타차 공동2위에 올랐다.
공동2위 그룹에는 여고생 아마추어 강자 성은정(17·금호중앙여고)이 눈길을 끌었다.
성은정은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때려내 2012년 김효주(21·롯데) 이후 KLPGA 투어 대회에서 사라진 아마추어 우승에 도전장을 냈다.
드라이버로 250m를 거뜬하게 날리는 장타자 성은정은 이날 한번도 그린을놓치지 않는 놀라운 샷 감각을 뽐냈다.
작년에 US여자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성은정은 "박성현 언니와 겨뤄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 예선을 거쳐 출전해 깜짝 우승을 차지하면서 무명 반란을 일으켰던 박성원(23·금성침대)이 4언더파 68타로 조윤지에 2타차로 따라붙었다.
작년 이 대회 우승자 장하나(24ㆍ비씨카드)는 1오버파 73타로 부진했다.
몸이 아파 최근 한달 가량 골프를 쉰 장하나는 "아무래도 컨디션이 아직 덜 회복된 듯 하다"면서 "그래도 모처럼 즐겁게 경기했다"고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