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역대 최장거리 홈런, 어디가 가장 길까

지난 2007년 사직구장 1호 장외 홈런이자 KBO 리그 역대 최장거리인 150m 아치 기념 행사 때 당시 롯데 이대호(가운데)가 강병철 감독(왼쪽), 이상구 단장과 함께 한 모습.(자료사진=롯데)
일본이 자랑하는 괴물 오타니 쇼헤이(22 · 니혼햄)는 올 시즌 투타에서 괴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달 투수가 본업이면서도 타자로 나서 5경기 연속 홈런의 장타력을 과시하더니 이번 달에는 일본 역대 최고 구속인 시속 163km을 잇따라 찍어 탄성을 자아냈다.

193cm, 90kg의 당당한 체격인 오타니는 올해 투타에서 괴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수로 13경기 등판, 승운이 따르지 않아 6승(4패)에 머물러 있으나 평균자책점이 2.21에 불과하다. 타자로 나와서도 41경기 타율 3할3푼6리 9홈런 24타점 출루율도 4할3푼4리나 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 매체 닛칸스포츠는 23일 "오타니가 22일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초대형 타구를 날렸다"고 전했다. 프리 배팅에서 마지막 3개의 타구가 전광판을 맞히고 우중간 장외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비거리 150m로 측정하며 경이적인 힘을 뽐냈다고 주목했다.

그러면서 일본 역대 장거리 홈런 기록도 덧붙였다.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는 160m가 최장거리다. KBO 리그에서도 뛰었던 타이론 우즈(당시 요코하마)가 2003년 날린 장외포와 2013년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의 역시 장외홈런 등이다.

이승엽은 일본 시절 도쿄돔 천정을 맞히는 비거리 150m 초대형 홈런을 두 차례 날린 바 있다.(자료사진=노컷뉴스)
역대 최장은 알렉스 카브레라(당시 세이부)가 2005년 세이부돔에서 때린 180m 홈런이다. 다만 돔구장 좌측 천정의 환기구를 맞힌 타구로 추정치다. 당시 일본 매체들은 만약 그대로 갔다면 경기장 밖 구단 사무실까지 갔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엽(삼성)도 지바 롯데 시절인 2005년과 요미우리 시절인 2006년 도쿄돔 천정을 맞히는 추정 비거리 150m 홈런을 날린 바 있다. 2004년에도 마린스타디움을 넘기는 150m 아치를 그렸다. 일본인으로는 1953년 나카니시 후토시(당시 니시테츠)의 161m가 최장이다. 1992년 기요하라 가즈히로(당시 세이부)도 160m를 찍었다.

▲韓 장외포도 150m 통일…美 200m 넘는 홈런도


그렇다면 또 다른 야구 강국인 한국과 미국은 어떨까. 힘으로만 따지만 한국은 일본을 최근 압도해왔고, 미국은 야구 역사가 100년을 넘는다.

일단 한국은 역대 최장거리 홈런 기록이 야구 3강 중 가장 짧다. 150m다. 프로 원년 백인천(당시 MBC)과 1997년 양준혁(당시 삼성), 2000년 김동주(당시 두산), 2007년 이대호(당시 롯데)가 공동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록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KBO 리그의 홈런 비거리 측정은 한 마디로 눈 짐작으로 이뤄지는 까닭이다. 각 구장에 비치된 구장 도면에 나온 홈런 비거리 산정 기준에 의거해 기록원이 임의로 측정하는데 단위가 5m로 끊긴다. 152m짜리 홈런을 쳐도 150m로 분류된다.

'나도 150m 찍을 수 있었는데' 박병호는 넥센 시절 초대형 타구를 여러 차례 날렸지만 145m로 역대 2위 기록을 세우는 데 만족해야 했다.(자료사진=넥센)
때문에 김동주가 날린 잠실 장외포와 이대호가 날린 사직 장외포는 똑같이 150m다. 실측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지난해 박병호(당시 넥센)가 목동에서 날린 장외포는 135m에 불과했다. 다만 군사용 레이더 시스템에 따르면 159m로 측정됐는데 이 정도면 일본 프로야구 기록에 비견될 만하다.

역사가 깊은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홈런 기록도 엄청나다. 괴력의 전설 미키 맨틀(뉴욕 양키스)이 1963년 날린 홈런은 무려 약 224m라는 계산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전문가들이 기록 필름에 나온 타구의 궤적과 속도, 기록지의 풍향, 풍속 등을 고려한 수치다.

하지만 역시 정확한 측정 방법이 불가했던 시절이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전설은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레지 잭슨(당시 오클랜드)의 1971년 198m 홈런도 마찬가지다.

2004년 당시 신시내티에서 비거리 163m 초대형 홈런을 날린 애덤 던.(사진=당시 중계화면 캡처)
다만 한때 기네스북에 올랐던 맨틀의 1953년 172m 홈런을 대체로 최장거리포로 인정하고 있다. 최근 MLB는 레이더 추적 기술을 도입했고,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물리와 통계학을 토대로 한 '홈런 트래커'를 운영한다.

이에 따른 2000년 이후 최장거리 홈런은 애덤 던(당시 신시내티)이 2004년 날린 535피트(약 163m) 아치다. 올해부터 MLB 미네소타에서 뛰는 박병호도 141m 시즌 2호 아치 등 심심찮게 비거리 135m 대형 홈런을 날린다.

사실 홈런에 대한 100% 정확한 실측은 거의 불가능하다. 야구를 완전한 평지에서 하면 모르되 담장과 천정 등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첨단 장비와 계산법에 따라 실거리와 최대한 가까운 측정치를 공인할 뿐이다. 과연 향후 한미일의 홈런 비거리 기록이 어떻게 쓰여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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