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팬이 함께했던 최용수 감독과 특별한 90분

최용수 감독은 기분 좋은 승리와 함께 FC서울을 떠난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FC서울과 최용수 감독, 그리고 3993명의 서포터. 그들의 마지막 동행은 끝까지 아름다웠다.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안산무궁화FC의 ‘2016 KEB하나은행 FA컵’ 5라운드(16강). 이 경기는 지난 2011년부터 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던 최용수 감독의 고별전이었다.

지난해 한 차례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의 러브콜을 거절했던 최용수 감독이지만 업그레이드된 조건을 제시한 이번 제안은 거절하지 못했다. K리그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엄청난 연봉과 세계적인 선수 구성은 분명 어느 감독이라도 탐낼 만했다.

그렇게 이별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FC서울의 공식 발표 하루 뒤 열리는 안산과 FA컵이 최용수 감독과 함께하는 마지막 경기였다. FC서울의 서포터 ‘수호신’은 별다른 준비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던 만큼 간결했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최용수 감독에 전달했다.

경기 전 무섭게 퍼부었던 비는 경기 시작을 앞두고 거짓말처럼 사그라졌다. 하지만 평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축구팬은 많지 않았다. 경기장을 가득 채우진 못했지만 평소 주중 경기보다 많은 팬이 찾은 이유는 분명했다. 최용수 감독과 마지막을 함께 하겠다는 팬들의 아쉬움 때문이다.


지난 2011년부터 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던 최용수 감독은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의 러브콜에 이별을 선택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래서였을까.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경기 전 소개된 최용수 감독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그런 팬을 위해 최용수 감독은 두 손을 번쩍 들어 답했다. ‘수호신’은 최용수 감독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플래카드를 꺼냈다. 팬들이 꺼내든 플래카드에는 ‘정말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서울의 영웅 최용수’라고 적힌 플래카드 외에도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독수리 2011-2016 더 높은 곳을 향해’라고 적혀있었다.

하프타임에는 더욱 특별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서울이 매번 홈경기 하프타임마다 팬과 함께 불렀던 전인권의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가 이날만큼은 최용수 감독을 위한 헌정곡이었다. 경기장에 모인 팬들이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부르는 동안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전광판에는 내내 최용수 감독의 얼굴이 비춰졌다. 평소 익숙한 가사였지만 이날만큼은 더욱 특별했다. 노래가 끝난 뒤 서울 서포터 ‘수호신’은 최용수 감독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외치며 그간의 감사를 표했다.

그라운드 밖의 축구팬만 최용수 감독을 위한 ‘선물’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그라운드 안의 선수들도 최용수 감독과 마지막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비록 상대가 K리그 챌린지 소속이라고는 하나 선두를 달리는 만큼 쟁쟁한 실력을 가진 안산이라는 점에서 허투루 경기할 수 없었다. 최용수 감독의 고별전이라는 의미와 함께 FA컵 8강 진출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위해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전반 30분 서울의 선제골이 터졌다. 최용수 감독은 그라운드를 향해 조용히 박수를 보냈고, 선제골의 주인공 윤주태가 달려와 최용수 감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떠나는 감독을 위한 첫 번째 선물이었다. 윤주태는 후반 10분 두 번째 골을 넣고 다시 한 번 최용수 감독과 포옹했다.

2골의 여유가 최용수 감독을 움직였다. 경기 내내 그라운드만 주시했던 최용수 감독이지만 후반 들어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이름에 간간이 고개를 돌려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팬들이 마음이 담긴 플래카드와 노래, 그리고 90분간 열심히 뛴 선수들이 가져온 2-0 승리. 여기에 서울이 준비한 고별식까지. 최용수 감독은 기분 좋은 추억만 안고 서울을 떠날 수 있었다. 안산전을 마친 뒤 최용수 감독은 목놓아 자신의 이름을 부른 팬을 향해 "감사하다는 말 밖에 드릴 것이 없다. 팬의 관심과 애정 속에 청춘을 바쳤다. 많은 힘듦 속에 서포터가 큰 힘이 됐다. 이별이 아닌 또 다른 만남을 위해 잠시 떠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