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가격 오르면 우리는 죽으라는 말이네요"

연탄은행, 에너지빈곤층 실질적 지원대책 촉구


[앵커]

정부가 연탄수요를 줄이기 위해 연탄가격을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최근 발표하면서 연탄을 떼는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습니다.

교계에서 운영하는 연탄은행들은 에너지빈곤층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천수연 기잡니다.]

정부가 최근 연탄수요를 줄이기 위해 연탄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탄 한 장의 판매가격은 500원이지만 실제 생산에는 950원이 듭니다.

정부는 이를 보전하기 위해 연간 천 9백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단계적으로 연탄 수요를 줄이겠다는 겁니다.

인상폭은 적게는 12%, 많게는 30%까지 거론되면서 에너지 빈곤층의 부담이 커지게 됐습니다.


한 겨울 연탄으로만 난방을 하고 있는 김병남 할머니에게도 올 연말 연탄가격이 오르면 당장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병남 할머니(78세) / 서울 중계본동
"연탄을 하루에 두 장 뗄 거 한 장 밖에 못 떼잖아요. 그러면 그만큼 춥지요. 젤로 힘들고 어려울 때에 제일 많이 사용해야 할 연탄까지 올린다 하면 여기 우리 백사마을 주민들
죽으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네요."

연탄은행 대표인 허기복 목사는 전국에 16만 8천 가구가 연탄을 떼는 에너지 빈곤층이라면서 정부의 연탄가격 인상방침은 이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에게 연탄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겁니다.

서민들에게는 인상분만큼 연탄쿠폰을 발행해 지원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현실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허기복 목사 / 연탄은행 대표
"연탄쿠폰을 16만9천원이라고 하면 대략 한 300장 정도 구입할 수 있는 양인데, 그게 전량 오는 게 아니라 중간에 배달 업자가 있어요. 배달 업자가 그 쿠폰에서 배달료를 삭감하면 실질적으로 가정에는 100장에서 200장 정도 (밖에 지급되지 않습니다.)"

허기복 목사는 실질적인 에너지 빈곤가구에 대해서는 연탄가격을 종전 그대로 공급하는 방식의 가격 이원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장기적으로 연탄수요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대체 에너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인터뷰] 허기복 목사 / 연탄은행 대표
"도시가스나 난방을 그 가정에는 저렴하게 공급하는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법을 강구하면 되는 거예요."

연탄가격 인상은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연탄을 나눠주고 있는 연탄은행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교회와 기업 등의 후원금도 한정돼 있어 연탄 나눔의 규모도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CBS뉴스 천수연입니다.

[영상 이정우 편집 이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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