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검열이 연극계 판을 분열시키고 있다”
② “비논리적인 그들의 검열 언어, 꼬집어줄 것”
③ “포르노 세상에서 검열이란”
④ “검열, 창작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⑤ “검열을 '해야 된다'는 그들…왜 그럴까”
(계속)
전인철(42, 극단 돌파구) 연출은 "'검열'을 '해야 된다'는 국가와 공동체가 개인에게 어떠한 희생을 강요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 3개의 에피소드가 무대에서 공연되는데, 전 연출을 포함해 총 3명이 각각의 시나리오를 썼다.
전 연출의 경우,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있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사건을 재구성할 예정이다.
공연 '해야 된다'는 오는 30일부터 7월 3일까지 4일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진행된다.
다음은 전인철 연출과의 1문 1답.
= 극단 이름은 ‘돌파구’이다. 2015년 만들었다. 가장 연극적인 돌파구 찾자는 의미에서
‘돌파구’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우선 10년만 해보기로 했다. 작업은 닥치는 대로 하고 있다.
▶ 공연 제목이 ‘해야 된다’이다. 다른 작품은 제목을 보면 대충 이런 내용이겠거니 하는 느낌이 오는데, ‘해야 된다’는 전혀 감이 안 오더라. 우선 ‘뭘 해야 된다’는 건가?
= 해야 된다 앞에 ‘검열’이 생략됐다. ‘검열’을 ‘해야 된다’는 의미이다. 국가와 공동체에서 검열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실제 사례로 표현해 보려는 의도로 ‘해야 된다’라는 제목을 만들게 됐다. 검열을 반대하는 20개의 공연 안에 존재해야 의미가 완성된다.
극단을 함께 하고 있는 배우 권일과 안병식 그리고 연출자인 나, 이렇게 세 명이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에피소드로 쓰고 있다. 세 이야기가 어떻게 묶일지는 아직 모르겠다. 최근 예술 검열 사태를 지켜보며, 우리 세 사람이 느낀 것들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 어떠한 검열 사례가 무대에 오르나.
= 우선 배우 권일이 쓴 <갤러리>는 캐리커쳐 전시를 기다리던 젊은 작가가 오픈 이틀 전 갤러리 측으로부터 일방적인 전시 취소 통보를 받고 갤러리 관장의 사무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코미디다. 홍상수 영화 같기도 하고, 몰리에르 희곡 같은 느낌도 있다.
배우 안병식이 쓴 <불온>은 군법무관이 군 내 불온서적 지정 문제로 정보본부 검열담당자와 대립하는 이야기다. <나쁜사마리아인들> <태백산맥> <오딧세이아> 등이 언급된다. 로마군들에게 호메로스가 쓴 <오딧세이아>가 불온서적이었다고 한다. 오딧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로마군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다. 재밌다.
<초인>은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있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사건을 재구성한다. 박 전 대통령이 얼마나 초인적인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했는가를 보여준다. 그의 업적을 찬양하고, 죽음을 슬퍼하는 작품이다.
= 나는 지난해 창작산실 공연팀이었다. 당시 그 안에 많은 이야기가 오갔으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모양새도 안 좋게 끝났고, 연극 동네 안에서 큰 균열이 있었다. 서로 상처를 주고 받았다. 아무튼 그렇게 끝난 줄 알았는데, 나중에 이양구 작가가 ‘너 왜 그때 나랑 끝까지 얘기 안 했냐’고 묻더라. 그 얘기 들으니 ‘이게 끝난 게 아니구나, 내가 모르는 생각들이 많구나’ 싶었다. 검열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됐고, 그래서 참여를 결정했다.
▶ ‘해야 된다’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세상이 좀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번 페스티벌 '검열각하)2016'이 모두가 함께 그 의미를 나누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