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이영제 판사는 21일 인신보호구제 청구 심문기일을 열어 북한 여성 종업원 12명에 대한 수용이 위법한지 등을 심리했다.
이번 심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지난달 24일 북한 여성 종업원 12명에 대한 인신보호법상 구제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신구제 청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심리는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3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가 민변 측 변호사들이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하면서 진전 없이 끝났다.
국정원 측 법률대리인과 민변 소속 변호사들만 참여했을 뿐 북한 종업원들은 모두 출석하지 않은 점에 대해 민변 측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민변 채희준 변호사는 법정을 나오면서 "피수용자인 북한 종업원들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을 끝낼 수 없어 다음 기일을 잡고 이들을 소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장은 오늘 무조건 끝내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채 변호사는 "북한 종업원들의 말을 들을 필요 없이 재판장 자신이 판단하겠다는 것이어서 우리는 부득이하게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녹음과 속기 신청이 모두 불허된 것도 이유라고 민변 측은 덧붙였다.
이들 종업원들은 옛 합동신문센터에서 명칭을 바꾼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수용돼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국내에 들어와 정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정착을 위한 교육을 받는 곳이다.
보통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들은 1~2개월 센터에서 조사를 받은 뒤 통일부 산하 하나원에서 정착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이들 종업원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신변보호 결정을 하면서 수용기간이 길어지게 됐다.
북한 종업원들의 법정 출석이 바람직한지를 놓고 논란은 있다.
민변은 정부 측이 아닌 당사자들의 진술을 직접 들어야 입국 경위와 센터 수용 전후 과정, 현 상황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들이 자발적으로 한국행을 선택했다고 말할 경우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어 출석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국정원 측 법률대리인은 피수용자들이 재판에 나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며, 가족들의 신변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재판에는 피수용자들이 출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