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표 · 최윤수 20번 넘게 통화하고도…실패한 전관로비?

최윤수 차장 "실제 통화 횟수는 6차례 불과"

검찰이 '정운호 법조 게이트'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를 구속기소하면서 '실패한 로비'로 단정지었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였던 최윤수(연수원 22기) 현 국가정보원 2차장이다.

검찰은 지난 20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홍 변호사가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선처를 부탁하기 위해 지난해 8월과 9월 최 차장을 만나고, 20차례 이상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차장은 선처 부탁을 단호히 거절하면서 정 대표에 대한 구속 수사와 엄정 수사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검찰은 최 차장을 직접 부르지 않고 서면조사했다. 검찰은 홍 변호사의 선처 로비가 실패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검찰의 조처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변호사가 주임 검사를 통하지 않고 차장검사와 수십 차례 통화한 대목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홍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검 간부 등에게 청탁해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정 대표로부터 3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검찰 조사에서 홍 변호사는 같은 해 8월과 9월 최 차장을 직접 만났을 뿐 아니라 20차례 넘게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 변호사가 검찰 후배인 최 차장에게 정 대표의 수사 진행 상황을 물어보거나 선처를 부탁하는 내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엄정 수사가 원칙이라면 '선배 검사'의 전화에 계속 응대하기보다는 다른 방식의 해결책을 모색했을 법도 한데 최 차장은 홍 변호사의 전화를 계속 받아줬다. '선배'를 예우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담당 검사를 만나는 것은 정당한 변론 활동이지만, 차장검사를 만나는 경우는 없다"며 "전관 출신이 아닌 변호사가 차장검사에게 만나자고 하면 과연 누가 만나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수사 담당 검사가 있는데도 차장검사를 만났다는 것은 결국 차장검사를 통해 담당 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하려는 부정한 행위"라며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비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특정 사건을 수임한 후 단기간에 그렇게 많은 횟수의 전화통화를 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검찰은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차장은 21일 새벽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홍 변호사와 실제 통화한 횟수가 6차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콜키퍼(부재중 전화 알림) 등에 다름 아니다"는 해명 입장을 밝혀왔다.

검찰이 최 차장을 소환 조사하지 않고 서면조사로 갈음했다는 점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인 형사사건에서 단순 참고인이라 하더라도 검찰청사에 다녀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전관 비리 의혹의 핵심 피의자와 접촉한 당사자를 서면조사하는 데 그쳤다는 것은 결국 검찰이 내부 조직을 수사할 의지가 없었다는 점을 반증하는 셈이다.

검찰은 홍 변호사의 로비를 실패로 규정했지만, 검찰 수사 과정을 돌이켜보면 오히려 반대 정황들이 발견된다.

검찰은 지난해 정 대표를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하면서 횡령 혐의는 수사하지 않다가 올해 법조 게이트가 불거지고 나서야 142억원 횡령 배임 혐의를 밝혀냈다.

검찰은 통상적으로 기업인의 도박 사건에서 가장 먼저 회삿돈 횡령을 의심한다. 지난해 5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원정도박과 함께 회삿돈 12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후 지난 1월 보석을 청구했는데, 이때 검찰이 법원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뜻의 '적의처리' 의견을 낸 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검찰은 지난 2월 정 대표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1심 구형량보다 낮은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결국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검찰 수사 단계에서만큼은 홍 변호사의 '전관 로비'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한 법조인은 "부정한 청탁이 의도한 결과대로 나와야만 부정한 청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부정한 청탁 경로를 원천 봉쇄해야만 검찰의 전관예우를 근본적으로 척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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