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 죽는 한센인…발병, 죽은 뒤 해부 그리고 화장"

한센인 국가 상대 소송서 예전 시설 현장검증

"이 찬장은 해부된 아이의 얼굴이나 장기를 유리병에 담아 보관하던 곳입니다. 1990년대까지도 여기 보관돼 있었는데…"

한센인 이남천씨의 설명에 판사들의 얼굴이 놀란 듯 굳었다. 이씨는 소록도병원 뒤편 검시실 단층 건물에서 판사들에게 콘크리트 질감의 넓직한 인체 해부대를 보여주던 중이었다.

그는 "죽은 한센인을 대상으로 1970년대 초까지 이곳에서 해부가 이뤄졌다"며 "저를 포함한 한센인에게 이곳은 매우 무서운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센인들은 '세 번 죽는다'고 한다. 처음엔 한센병 발병, 두번째는 죽은 후 해부, 세번째는 장례 후 화장"이라고 설명했다.


정관절제·낙태 수술을 받은 한센인들의 국가 상대 소송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30부(강영수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전라남도 고흥 소록도를 찾아 특별재판을 열고 소록도 일대 한센인 관련 시설을 현장 검증했다.

재판부는 검시실과 함께 소록도 한센인들이 규정 위반시 갇히던 감금실, 정관절제·낙태 수술이 이뤄지던 옛 '치료본관' 자리, 한센인 관련 자료를 모아놓은 전시관 등을 둘러봤다.

소록도에 1937년 세워진 납골당 '만령당' 역시 검증했다. 이곳엔 화장한 한센인 유골을 10년간 보관하며, 유족이 찾아가지 않은 유골은 만령당 뒤 언덕에 있는 무덤 한 기에 합장한다. 이남천씨는 "작년 10월 15일까지 한센인 1만942명이 만령당을 거쳐갔다"고 설명했다.

한센인의 소송은 5건이 있지만 판사들이 직접 현장에 내려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판사들과 법정 경위, 실무관, 취재진 등 수십명이 이날 새벽 첫 기차를 타고 오전 중 고흥에 도착했다. 원고·피고측 소송대리인들도 합류했다. 재판부는 이날 소록도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곧 마지막 재판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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