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故 김병찬 이웃 "고물상 갈 뻔한 金, 막아야했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진수(故 김병찬 선수 이웃)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의 역도 금메달리스트 김병찬 선수를 여러분 혹시 기억하십니까? 아시안게임 이후에 아시아 선수권까지 휩쓸면서 촉망을 받던 역도 스타였죠. 그런데 1996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하반신 마비가 되고 그 후 매월 52만 5000원의 연금으로 생계를 연명해 왔습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때 보도가 많이 되면서 여러 분들이 안타까워했죠.

그런데 안타까움은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피땀 흘려서 거둔 각종 국제대회 메달들이 고물상에 넘어갈 처지에 됐던 건데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 고 김병찬 선수의 이웃이자 이 상황을 세상에 알린 이웃주민 한 분을 만나보죠. 김진수 씨 연결돼 있습니다. 김진수 씨, 안녕하세요.

◆ 김진수> 안녕하세요.

◇ 김현정> 김병찬 선수하고는 언제 처음 알게 되셨어요?

◆ 김진수> 2014년 10월 정도부터 알고 지냈어요.

◇ 김현정> 우리 아파트에 산다, 이렇게요?

◆ 김진수> 네. 저도 인생에 좀 생각할 게 있어서 아파트 놀이터 쪽에서 좀 앉아 있었거든요. 그때는 몰랐는데 장애 휠체어를 타시고 놀이터 쪽으로 어떤 분이 오셨어요. 그런데 외관상으로 많이 다치셨더라고요. 머리 쪽도 많이 다치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거 때문에 관심을 갖고 대화를 시작했어요.

◇ 김현정> 그때부터 그냥 아는 이웃 정도가 아니라 매일 간병을 하셨다면서요?

◆ 김진수> 그러고 나서 제가 그 집을 가게 됐거든요. 어떻게 사시나 가봤는데 그 안방 쪽을 가니까 좀 악취도 많이 심했었고요. 그리고 장판 쪽도 옆에 있는 걸 많이 쏟으세요.

◇ 김현정> 그럴 수밖에 없죠, 거동이 불편하시니까.

◆ 김진수> 그리고 용변 같은 거는 여자 간병인한테 맡기기에는 조금 수치스럽잖아요. 그래서 제가 씻겨드리고 그랬거든요.

◇ 김현정> 기초적인 생활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었던 거네요, 김병찬 선수. 그렇게 쓸쓸한 말년을 보내던 김병찬 선수 결국은 지난해 6월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문제는 김병찬 선수의 정말 피땀이 깃든 그 각종 국제대회 메달이 고물상에 넘어갈 뻔했다고요?

◆ 김진수> 네.

◇ 김현정> 그거는 무슨 일입니까?

◆ 김진수> 김병찬 선수가 가족 분들이 없으시잖아요. 그래서 아파트 관리소에서 정리를 하는 과정에 살아계셨을 때 저랑 친분이 있는 걸 어디에서 얘기를 들으셨나봐요. 방송이나 이런 걸 통해서요. 그래서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집을 정리하신다고. 그런데 저는 그런 그 안에 진짜 소중한 것들이 있는 걸 제가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거를 남기고 싶어서 여러 곳에 전화를 드린 거예요.

◇ 김현정> 관리사무소에서 가족도 한 사람도 없고 이 집을 처분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그러면 그냥 일괄적으로 싹 쓸어다가 버릴 생각을 했던 거예요?

◆ 김진수> 고물상 업체에다가 불러가지고 처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 김현정> 그런데 관리사무소에서 김진수 씨를 알고 연락을 했네요? 그때 김진수 씨가 ‘아, 안 됩니다’하고 막아선 겁니까?

◆ 김진수> 일단은 메달 따는 게 쉽지도 않고요. 대한민국의 명예를 빛내신 분, 그 업적이 다 없어질 것 같아서 그게 싫어서 전화를 한 거죠.

고 김병찬 선수.
◇ 김현정> 어디다 전화하셨어요?

◆ 김진수> 처음에는 역도연맹에 전화를 했는데 전국대회 때문에 전화를 안 받으셨고 두 번째는 제가 역도연맹 다음에 생각나는 게 언론사더라고요. 그래서 언론사에다가 얘기를 했고 그다음에 이제 체육회에다가 연락을 하게 된 거예요.

◇ 김현정> 체육회에서는 전화하니까 뭐라고 합니까?

◆ 김진수> 찾으러 온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 김현정> 그러면 유품들, 메달들, 트로피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 김진수> 제가 알고 있는 거는 체육회로 간 걸로 알고 있어요.


◇ 김현정> 아니, 이게 김병찬 선수 개인의 메달이기에 앞서서 우리나라가 딴 메달 아닙니까? 국제대회에서 나가서 딴 상들. 이게 정말 고물상에 가서 철조가리 하나, 쇠붙이 하나하고 똑같은 취급을 당할 뻔 한 거 아니에요?

◆ 김진수> 그렇죠. 그리고 진짜 아무런 소식이 없으셨어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저는. 그래서 그걸 세상에 알렸고요, 제가.

◇ 김현정> 2년간 김병찬 선수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떤 점이 제일 안타까우셨어요.

◆ 김진수> 마지막에 슬프게 가셔서 좀 그래요.

◇ 김현정> 슬프게 가셨다는 게 무슨 말씀이세요.

◆ 김진수> 그러니까 외롭게 가셔서. 제가 한번은 돌아가시기 전에 서울에 잠깐 갔다 왔거든요. 저랑 아버지랑 셋이서 갔다 왔는데. 이제 청량리 쪽 가는데 예전에 운동하셨던 추억 많이 얘기하셨었어요. 저기가 내가 운동했던 곳이다. 이러시면서.

◇ 김현정> 그 모습 떠오르고. 그 분께 소원 같은 것도 있었나요?

◆ 김진수> 소원 같은 거는 여행을 좀 갔다 오고 싶어하시긴 하셨었어요.

◇ 김현정> 여행을? 어디로요?

◆ 김진수> 제주도나 바닷가를 보시고 싶어 하셨어요.

◇ 김현정> 바다 한번 가봤으면 좋겠다?

◆ 김진수> 네, 그런데 장애인 콜택시가 못 간다고 그러셨고요.

◇ 김현정> 바다 한번 보고싶다 했는데 결국은 바다 한 번 못 보고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메달리스트네요. 고 김병찬 선수 참 들으신 대로 외롭고 쓸쓸한 인생이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이렇게 곁을 지켜준 좋은 이웃이 있었다는 건 그나마 참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저는 그런 생각 듭니다.

◆ 김진수> 아닙니다.

◇ 김현정> 김진수 씨 오늘 감사드리고요. 메달들이 잘 보존되도록 끝까지 좀 신경써주시기를 부탁드릴게요.

◆ 김진수> 그런데 그건 제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닌 거 같고요. 이거는 역도연맹이나 체육회에서 해 주셔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죠. 고맙습니다.

◆ 김진수>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역도 금메달리스트 고 김병찬 선수를 마지막까지 간병했던 이웃을 통해서 그 후의 상황들 들어봤습니다. 김진수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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