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가 문제를 유출한 정황이 나오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거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등 스승을 존경하는 표현은 옛말이 된 지 오래지만, 최근 일부 몰지각한 교사들의 행태가 끊임 없이 불거지고 있다.
문제 유출은 물론 성폭력, 사기, 살인 등 현직 교사의 범죄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기회에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교사 시험문제 유출 잇따라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문제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문제 사전유출 혐의를 받는 학원강사 이모(48)씨가 한 현직 교사로부터 출제 내용을 미리 입수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16일 이씨에게 모의평가 출제 내용을 사전에 알려준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경기지역 현직 교사 A(53)씨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교사의 시험문제 사전유출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8년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전국연합학력평가시험 고3 수리영역 출제에 참여한 교사가 친분이 있는 학원 강사에게 최종 선정된 문제를 건넸다가 적발됐다. 2007년에는 김포외고 교사가 입시 문제를 미리 학원과 학부모에게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척 학생에게 내신시험 문제를 미리 알려준 혐의로 입건됐다.
◇ 성범죄는 '수두룩'
교사들의 성폭력 사건은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온다. 동료 교사, 후배, 일반인은 물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여성위원회와 참교육연구소가 최근 여교사 1천7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70.7%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의 유형에 대한 설문(복수응답 허용)에서는 교장, 교감 등 학교 관리자가 72.9%, 동료 교사가 62.4%로 높게 나왔다.
지난해 11월에는 경기도의 모 고교 기간제 교사가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 교사는 10만원을 주고 성매매하는 '조건만남'을 제안한 뒤 돈을 주지 않으려고 범행을 저지르고 신고하지 못하도록 피해자의 알몸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전남에서는 한 중학교 교사가 2∼3학년 여학생 5명을 성추행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고, 충남 서산에서도 고교 교사가 여제자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 과도한 체벌, 왕따 부추기기도
훈육을 핑계로 한 교사들의 과도한 체벌도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서울의 한 사립고 체육 교사는 최근 2학년 수업 도중에 학생이 말대꾸했다며 들고 있던 배드민턴 채로 수차례 때리고 교무실에서 손으로 학생의 머리와 얼굴 등을 때린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 시내 또 다른 사립고에서는 수학교사가 최근 학급 내 도난사건을 조사하던 중 학생의 뺨을 수차례 때렸다.
제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해 5월부터 두 달 정도 숙제를 하지 않거나 발표를 제대로 못 하는 학생을 '왕따'로 낙인 찍어 관리한 혐의로 최근 기소됐다.
'왕따'가 된 아이는 종일 다른 학생들과 말을 할 수 없었다.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 외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점심도 5분 안에 먹고 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다.
◇ 사기, 폭행, 살인 사건에도 등장
최근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인과 동료, 선후배 교사 11명에게 고수익을 미끼로 38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충남 공주의 한 중학교 교장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기간제 교사 채용 대가 등으로 3차례에 걸쳐 교사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남 창원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달 말 아내에 이어 17개월 된 아들의 얼굴을 수차례 때린 혐의로 입건됐다.
이 교사의 아내는 경찰에서 1년이 넘도록 남편에게 수시로 폭행당했다고 진술했다.
경기도 안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장과 교사가 서로 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최근 부부싸움 뒤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여섯 살배기 딸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얼굴과 목 등을 다치게 한 50대 교사가 구속됐다.
◇ 음주운전, 연구보고서 표절도 다반사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음주 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교육 공무원은 940명이나 됐다.
교사와 일반직 공무원 가운데 교사 비중이 훨씬 컸다.
서울은 79명 중 58명이, 인천은 43명 중 39명이, 부산은 46명 중 34명이 교원이었다.
교원연구대회 수상자의 승진 가산점이 상향이 2009년부터 5년간 전국에서 교원 61명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회에 표절한 연구보고서를 출품했다가 적발됐다.
경력과 연구실적 등을 통해 평가되는 승진심사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표절까지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 수상이 취소됐는 데도 전남의 일부 교감들은 수상에 따른 가산점을 활용해 교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밝혀져 처벌을 받게 됐다.
◇ 교육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성범죄와 성적조작 등의 4대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에게는 분야를 떠나 최고의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에 교육계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교사의 모의평가 문제유출은 있을 수 없는,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라며 "교단의 자성과 함께 시험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는 대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 이덕난 교육학 박사는 "교원의 비위행위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법은 제도적으로 어느 정도 갖춰졌다"면서 "징계기관이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편국자 부산지부장은 "교사들의 자정노력도 요구되지만, 비위행위를 막기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할 것은 없는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