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씨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취미 삼아 시작한 주식투자에 실패해 적잖은 손실을 본 것이다. 이씨는 회삿돈을 조금씩 빼돌려 손실을 메우고 다시 주식에 투자했다.
회계 전반을 책임진 위치였으므로 범행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첫 범행이 발각되지 않자 이씨는 계속 이어갔다.
이씨의 회사는 거래처에 대금을 결제할 때 카드를 사용하는데, 그는 결제 대금을 크게 부풀려 보고해 승인을 받았다. 결제 후 차액은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했다.
빼돌리는 액수는 늘어갔고, 수법은 점점 대담해졌다. 회사 명의의 정기 예금을 몰래 해약하고서 잔액을 모두 자신의 통장으로 넣기도 했다.
이씨가 이렇게 슬쩍한 회삿돈은 2012년 1월부터 4년여간 20억원이나 됐다.
그러던 이씨는 작년 말 갑자기 "다른 사업을 하겠다"는 말과 함께 사표를 던졌다. 회사 측은 20여년이나 성실히 근무한 인물이 갑자기 회사를 그만둔 점을 이상하게 여기다 회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국 이씨의 범행은 발각됐다. 회사 측은 올해 3월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이씨는 범행을 일부 시인했다.
이씨는 자신이 회사에서 빼돌린 돈을 이미 주식 투자로 모두 날린 상태였다. 그가 돌려줄 수 있는 돈은 1억원뿐이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이씨를 구속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