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같으면 미군들로 붐빌 금요일 저녁이지만 업소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만 요란할 뿐
거리는 한산하기만 하다.
몇몇 업소는 아예 셔터가 내려진 채 간판불조차 꺼져 있었다.
미군측이 성매매나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업소에 오프리미트(Off-Limit) 즉, 미군 출입 제한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손님 대다수가 미군인 상황에서 상인들에겐 영업정지나 다름없는 것.
팽성읍 상인회와 한국외국인관광시설협회 평택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미군전용 클럽 12곳 중 9곳이 오프리미트 조치를 당했고, 현재도 4곳이 조치가 풀리지 않고 있다.
상인들은 미군측이 미군의 진술에 의존해 일방적으로 업소에 오프리미트 적용을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외국인관광시설협회 평택지부 박경찬 지부장은 "종업원이 음료수를 얻어 먹기만해도 성매매 하려는 것이라고 하고, 미군들이 자기들끼리 싸운 것을 놓고는 업소가 싸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오프리미트를 내린다"며 "심지어 이 같은 조치에 항의하면 오프리미트 조치를 연장하는 식으로 보복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오프리미트와 관련 더 큰 문제는 처분방식이다. 미군측은 자군 조사관들에 의해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은 업소에 대해서는 통보와 동시에 오프리미트 조치를 내린다.
업주들에게 소명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업주들의 소명 기회는 3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군징계위원회에서만 가능하다.
혹시라도 조사관들이 오해를 해서 보고를 하더라도 업소들은 많게는 3개월에 달하는 영업정지에 처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인들은 오프리미트 처분에 있어 선조치 후통보 방식을 선통보 후조치 방식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평성읍 상인회 김정훈 회장은 "우리는 정당한 오프리미트 조치에는 찬성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이고 부당한 조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우리들의 생계유지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며 "미군들도 점령군이 아니라 동맹이고 우방이라고 한다면 합당한 얘기에는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미군측은 규정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캠프 험프리 유범동 공보관은 "병력 보호를 위해 위험 요소가 있는 곳은 엄격하게 오프리미트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업주들의 소명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에서 충분히 듣고 있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업소에 대해서는 곧바로 제한조치가 내려지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팽성상인연합회를 비롯해 한국외국인관광시설협회 평택지부, 팽성 12개 단체 협의회, 팽성여성연합회, 팽성락바연합회 등은 미군측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집회 등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