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하면 고용지원 없다"…실업자 돕자더니 '노조 압박'

구조조정을 앞두고 파업 체제에 돌입한 조선3사 노동조합에 정부가 "파업하면 지원을 끊겠다"며 압박하고 나서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7일 울산 본사 대의원대회장에서 쟁의발생을 결의하며 조선3사 파업 물결에 합류할 길을 텄다.


이미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13~14일 이틀간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85%의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시키고 조선 3사 노조 가운데 가장 먼저 파업 준비를 끝마쳤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역시 지난 15일 쟁의 결의를 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파업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현대와 대우 노조는 사측이 내놓은 기업 중 일부 부문을 자회사로 분사하겠다는 방안을 놓고 사실상 정규직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해고하려는 속셈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사측이 2018년까지 최대 6천여명을 해고한다는 골자의 자구안을 내놓고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하면서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 노조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희생을 피할 수는 없지만, 충분한 대화 없이 사측과 정부가 제시하는 일방적 자구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김태정 정책국장은 "노동자 파업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자 한국의 조선산업을 살리려는 선택"이라며 "조선업에 대한 정부 정책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화할 생각은 없이 압박만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업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면 일본·중국 조선업체만 좋아할 일"이라며 "여전히 한국 조선업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판단을 공론화하자고 요구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실제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모든 지원을 중단할 뿐 아니라 기존 여신 회수 절차에 들어가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현대중공업 파업에 대해 "그런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잘라말했고, 지난 13일 대우조선 노조가 파업 결의 투표를 시작하자 "쟁의 행위를 하지 않겠다던 정신이 유지 돼야 한다"고 비판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현재 현장조사 중인 특별고용지원업종 혜택에서 파업 사업장은 지원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제외하는 등 불이익을 주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선 3사 노조의 파업은 비정규직 실업 사태를 외면한 '정규직 이기주의'라고 비난하는 정부가 노동자들의 생계가 달린 고용안정과 실업자 지원책을 노조 길들이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경실련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우선 해고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감안해 정규직 노조도 고통분담할 자세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실업대책 세워주는 것이 정부의 몫인데 지원책을 무기로 정부가 노동자를 압박해서는 안된다"고 노동계와 정부, 사측 모두의 양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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