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강사가 불법으로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강도높은 경찰조사를 받고 있지만 성적지상주의에 빠져든 사교육 시장에서는 결코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
◇ 이 강사 취재진 만나자 줄행랑 "죄송합니다"
이 강사 뿐만 아니라 돈을 받고 모의평가 문제를 이 강사에게 전해준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교사가 긴급체포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바로 다음날이었다.
취재진은 수업이 끝난 뒤, 학원 주차장 계단을 내려오는 이 강사와 마주쳤다. 그는 남학생 한 명과 친구처럼 어깨동무를 하고, 뒤에 키 큰 학생 둘을 대동해 잰걸음으로 학원을 벗어나고 있었다.
취재진이 다가가자 이 강사는 "누구세요?"라고 질문한 뒤 학생들에게 "좀 막아줘"라는 말과 함께 택시를 잡으러 도로가로 줄행랑을 쳤다.
택시를 잡은 이 강사는 거듭되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떴다. 학원에 돌아와 보니 조금 전까지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이 강사의 고급 외제승용차도 사라지고 없었다.
◇ 학생들 "이 강사가 전국 최고, 상관없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나본 학생들은 모두 이 강사의 혐의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앞으로도 계속 수업을 신청하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지금까지 이 강사의 수업만 3번 넘게 들었다는 김모(19) 씨는 "이 강사가 단연 국어 전체 1등이니까 또 들을 것"이라며 "이번 유출 혐의로 이 강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수업을 마친 뒤 컵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던 박모(22) 씨도 "불미스러운 사태가 터졌지만 수업이 워낙 좋고 강사가 잘 가르치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밝혔다.
이 강사의 수업을 듣고 귀가하던 박모(25) 씨는 이번 모의고사 문제 일부가 사전에 유출된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비문학과 문법문제가 섞이는 등 새로운 유형이 나왔는데, 이 강사가 그 유형마저 그대로 맞혔다는 것.
하지만 박씨는 "강사 실력이 좋기 때문에 중간에 수강을 관둘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도 성적 신경 쓰느라 모의고사 유출 같은 건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이 바닥이 다 이래, 성적만 올리면 OK"
사교육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대한민국 교육의 한 축이 돼버린 학원들도 돈벌이가 되는 이 강사의 수업을 중단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A 학원 측은 강의를 취소하지 않고 오히려 스타강사인 그를 편들며 감싸는 분위기였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국어 1위"라며 이 강사를 소개하고 있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이 강사에게 혐의 관련 질문을 하면 그 사람 기분이 좋겠냐"며 이 강사의 감정까지 신경 쓰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이 강사의 혐의내용 등 자세한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A 학원 뿐만 아니라 다른 학원들도 계속 이 강사의 얼굴을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걸어놓고 있었으며 마찬가지로 그의 강의를 취소할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의 모 학원에서 국어과목을 강의하는 B 강사는 "학원강사 입장에서 문제유출은 밑져야 본전"이라면서 "걸리지 않으면 뜨는 거고, 걸려도 학생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변명이 인정되는 해괴한 분위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학원 내 자정작용이 어렵다면 강사퇴출이나 영업정지와 같은 외부적인 제재 장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원 소속 C 강사는 "나도 사교육 시장에 몸담고 있지만 이 바닥에서는 불법이 큰 문제가 안된다"면서 "학생들 성적만 올리고 학원에 돈을 벌어다 주면 모든게 용인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이 강사에게 모의평가 출제 내용을 사전에 알려준 혐의로 지난 16일 경기지역의 현직 교사 박모(53) 씨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법원에선 범죄사실이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다음날 즉시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이 강사가 박씨에게 문제당 10만 원씩 건네면 박씨가 출제 관련 교사들로부터 문제를 받아 이 강사에게 전달했다는 참고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강사는 일부 혐의만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