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혁의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2008년 현역 은퇴를 선언했고, 이후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결국 2011년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V-리그로 돌아온 곽동혁은 지난 2014년 신인 지명권과 트레이드돼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김강녕의 입대 공백을 대신하기 위한 삼성화재의 긴급 수혈이자 이강주와 경쟁 구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김강녕이 삼성화재로 돌아오며 곽동혁의 입지가 흔들렸다. 게다가 자유계약선수(FA)로 KB손해보험으로 이적한 이선규의 보상선수로 국가대표 리베로 부용찬이 삼성화재에 합류하며 사실상 전력 외 선수가 됐다. 삼성화재는 이강주도 센터 김규민과 트레이드로 OK저축은행으로 이적시켜 부용찬, 김강녕 체제를 완성했다.
결과적으로 KB손해보험은 이선규와 곽동혁을 데려오는 대신 부용찬과 지난 시즌 이선규의 연봉 200% 보상금을 준 모양새가 됐다. 이선규의 영입으로 우승 도전의 꿈을 펼쳤던 KB손해보험이지만 부용찬을 내주고 곽동혁을 데려온 것이 전력의 플러스가 아닌 선택이 됐다는 것이 대다수 배구팬의 평가다. 그렇다면 KB손해보험의 생각은 어떨까.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이선규의 영입을 전력 강화를 위한 선택이었다”면서 “부용찬이 팀을 떠난 것은 현재 FA제도 아래에서 부득이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배구팬이 KB손해보험이 부용찬을 내보냈다고 표현하는데 보냈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현 FA제도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V-리그는 FA선수를 영입할 경우 영입하는 팀에서 전 소속팀에 전년도 연봉의 300% 보상금 또는 200% 보상금과 보상선수 1명을 내주도록 하고 있다. 보상선수는 영입한 선수를 포함해 최대 5명까지라 사실상 기존 선수진 가운데 4명만 보호명단에 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KB손해보험은 지난 V-리그 워크숍에서 FA제도의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보호명단의 확대를 강조했다.
KB손해보험은 국가대표 리베로 부용찬의 이탈은 분명한 타격이다. 배구계에서는 농담 삼아 KB손해보험 한 명뿐인 국가대표를 뺏겼고, 국가대표가 없던 삼성화재는 국가대표를 한 명 보유하게 됐다고 평가할 정도다.
“부용찬의 이적이 리베로 포지션의 전력에 마이너스라고 하지만 곽동혁의 영입으로 차이를 크게 줄였다. 지난 시즌 기록상으로는 둘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평가한 이 관계자는 “곽동혁의 영입이 아니었다면 우리의 타격을 더 컸을 것이다. 분명 곽동혁의 영입은 전력 보강의 차원”이라고 말했다.
10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곽동혁도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KB손해보험에서 태운다는 각오다. 또 다른 KB손해보험 관계자는 “곽동혁이 삼성화재에서 웨이버 공시된 뒤 우리 팀에서 현역 생활 연장의 분명한 의지와 함께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