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소차 시대가 열리기에는 인프라 구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는 제작사와 정부, 소비자 3자간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외부 충전을 통해 전기로도 가고 휘발유로도 가는 차가 바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다. 엔진과 변속기 등 내연기관에다 전기 모터와 배터리가 장착돼, 도심 근거리에서는 전기로 가고 고속도로 등 장거리에는 연료를 사용해 움직인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가 섞인 이른바 '반반 차량'인 셈이다.
그러나 주위에서 이런 차를 모는 사람들을 거의 볼 수가 없다. 현대차가 2년 전 처음으로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는데, 이후 팔린 차가 겨우 200여 대 정도다.
가격이 3819만원~4170만원으로 일반 쏘나타보다 1000만~2000만 원 비싼 데다 외부 충전시설도 많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는 초라한 실적에 머물고 있지만, 세계 자동차 업계는 이런 방식으로 움직이는 차의 비전에 주목한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기술 개발과 충전 인프라 구축 등 난관이 많지만 충전식 하이브리드 차는 제작사와 정부, 소비자 3자간의 이해가 맞아, 확대 생산의 저항선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 친환경차 시대로 가는 길목에 바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있는 셈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는 일단 전기를 쓰기는 하지만 엔진과 변속기 등 내연기관이 기본이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로서는 IT업계나 배터리 업계의 도전에도 주도권과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
내연기관을 만드는데 노하우를 갖고 있는 생산직 노동자들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고 석유 에너지 업체도 판로를 잃지 않을 수 있다.
정부로서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가솔린이나 디젤차에 비해 배기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차인데다 유류세도 계속 붙일 수 있는 만큼 정책적인 명분이 있다.
소비자로서는 전기와 휘발유를 동시에 사용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은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런 이점을 반영해 올 하반기부터 각종 하이브리드차가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당장 다음 달 기아차의 신형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K5 PHEV)'가 나온다.
전기차 모드로 최대 44㎞를 배터리에만 의존해 주행할 수 있고, 배터리를 모두 소진하더라도 가솔린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해 장거리를 뛸 수 있다.
전기로 갈 수 있는 거리가 도시 생활자의 일일 평균 운행거리인 40㎞를 넘는 만큼, 도심지 인근 출퇴근 직장인들이 주요 마케팅 대상이다.
한국GM도 전기차 모드 주행 시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89㎞에 이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볼트'를 출시한다.
BMW는 자사 최초의 PHEV SUV 차량인 '뉴 X5 xDrive 40e'와 3시리즈 기반의 PHEV 준중형 세단 '뉴 330e'를, 메르세데스-벤츠는 '뉴 S500e'를 내놓는다.
도요타의 경우 최근 일본에서 자동차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 전기를 충전하는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차를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차는 가솔린을 사용하지 않고 집에서 충전한 전기만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기존의 26.4㎞에서 60㎞ 이상으로 늘렸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개발로 조만간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 같은 기대가 있지만, 충전시설 인프라 구축 등 난관이 많은데다,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는 각계의 이해가 걸려 있어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런 점에서 미래차 시대가 열리기 전 상당 기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며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