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항 김해공항의 1/20 말이돼?
-건설비 5~6조원 하늘에서 뿌려진다!
-영남 뉴딜정책, 생산유발 효과 30조
-대구 "대통령 5명배출, 되레 역차별"
-부산 "제2의 도시 흔들, 인천잡아야"
-왜곡된 자료로 상대후보지 헐뜯기도
-지역 언론·정치인 갈등 유발자 자처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안녕하세요?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도 뜨거운 이슈 준비했다고 들었어요.
◆ 권민철> 무거운 주제가 될 거 같은데, 그래서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할까합니다. 요새 부산에서 유행하는 건배사가 있답니다. 가덕~도(가득 줘)라고. 영남권 신공항으로 부산 가덕도 유치를 염원한 건배사죠. 신공항 이슈에 대한 부산지역의 관심 얼마나 뜨거운지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14일 부산에도 2만명이 참석한 집회가 열렸는데, 당시 음성 들어보시죠.
"제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고 마음의 문을 열어 주시고, 360만 부산시민들의 목소리를 꼭 들어주시옵소서."
◇ 김현정> 울분에 차 있는 목소리네요.
◆ 권민철> 읍소 같기도 하고요. 대구지역도 대규모 집회는 아니지만 연일 가두 홍보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가덕도냐, 밀양이냐를 놓고 TK와 PK는 지금 양보 없는 일전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다음주 최종 발표를 앞두고 두 지역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할 정도로 사생결단의 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오늘 훅뉴스는 신공항을 둘러싼 TK, PK간 갈등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 김현정> 제일 궁금한 것부터 짚어보죠. 가덕도와 밀양, 같은 경남 아닌가요? 그런데 왜 이렇게 부산과 대구의 싸움이 된 거죠?
◆ 권민철>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이 싸움, 부산과 非부산(경남, 울산, 대구, 경북)간 싸움입니다. 가덕도는 부산 밑에 있고, 밀양은 영남 중부에 있으니까 부산과 非부산으로 갈린 겁니다. 사실 밀양과 가덕도는 직선거리로 딱 40㎞ 거리 밖에 안됩니다. 40㎞면 행주대교에서 천호대교 넘어 암사대교까지의 거리입니다.
◇ 김현정> 서울로 보면 같은 서울인 거네요? 그런데도 갈등의 골이 깊으니 선뜻 이해가 안가요.
◆ 권민철> 부산 입장부터 보면, 영남권 신공항, 이게 원래는 김해공항이 포화돼서 시작이 된거거든요. 그래서 부산이 신공항을 먼저 요구한 거고,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시절 이를 약속했었습니다. 당시 음성 들어보시죠.
"부산 시민 여러분께서 바라고 계신 신공항. 제가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 권민철> 이래서 기대감도 높았는데, 갑자기 TK 지원을 입은 밀양이 치고 들어오니 부산이 결사항전하고 있는 겁니다. 부산 시각이 그렇다는 겁니다.
◇ 김현정> 경남과 울산은 밀양과 같은 경남권이니까 그렇다치고, TK(대구·경북)는 왜 밀양 아니면 안 된다는 거죠?
◆ 권민철> 대구엔 대구공항이 있잖아요. 김해공항처럼 군이 관리합니다. 근데 둘 다 200만평으로 부지는 똑같은데, 위상이 너무 차이가 납니다. 대구는 민간이 5만평 쓰는데 반해 김해공항은 100만평을 씁니다. 대구가 부산의 1/20인 거죠. 때문에 영남 항공기 이용자 60%가 인천공항을 이용합니다. 대구로선 민간공항 키워야 할 상황이죠. 그래서 5년 전 영천을 신공항 후보지로 신청했는데, 하지만 실패했고 대항마로 밀양을 내세운 겁니다. 밀양과 대구는 70㎞ 떨어졌고요.
◇ 김현정> 요약하면 지역이 가까운 후보지를 미는 거네요? 그렇더라도, 이렇게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싸워야 하나요?
◆ 권민철> 가장 큰 건 경제적 문제일 겁니다. 이번 영남권 신공항 건설비가 5~6조원 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이 돈이 그 지역에 뿌려지는 겁니다. 공항 짓고 나면 그 지역의 자산으로 남고, 공항건설은 특히 100%로 국비로 짓습니다. 운영도 정부가 해 주니까 지역으로선 한푼 안들이고 5~6조원을 버는 거나 마찬가지죠. 생산유발 효과 30조원, 일자리 27만개 생긴다는 조사도 있고요. 지역에서 보면 공항은 한마디로 로또인 겁니다.
◇ 김현정> 일종의 뉴딜 정책쯤으로 여기는 거네요. 그만큼 두 지역 모두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 일 거고요.
◆ 권민철> 맞습니다. 특히 뿌리 깊은 지역 홀대론이 겹치면서 두 지역간 타협불가 상황이 됐습니다.
◇ 김현정> 지역 홀대론요?
◆ 권민철> 대구는 그동안 5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잖아요. 그런데도 경제적으로는 늘 부산에 밀려왔습니다. 역차별 받았다는 겁니다. 대구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 이수산 사무총장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대통령이 다섯분이나 배출됐지만 실질적으로 그 분들이 지역발전에 얼마나 기여를 했느냐, 비근한 예로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도 이 지역 출신이시지만 결국 신공항 문제를 사실은 정치적 이유로 백지화 시켰잖아요. 지역에 대통령이 나왔다고 해서 역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들 있죠."
◇ 김현정> 그럼 부산은 어떻습니까?
◆ 권민철> 부산은 반대로 TK와 함께 정권을 잡았지만, 늘 들러리를 섰다는 피해의식 같은 게 있습니다. 여기에 서울에 이은 제2의 도시라는 명성도 위태롭다는 불안감도 있고요. 때문에 인천공항 같은 관문 공항으로 재도약을 꾀하려는 욕구가 큽니다. 부산 시민단체 대표 이야기 들어보시죠.
"지금 세계적으로 제2의 도시에 (관문)공항이 없는 곳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인천이 발전한 것도 공항덕분이고, 앞으로도 발전을 할 겁니다. 부산은 김해공항이 있지않습니까? 그런데 김해 공항이 포화상태가 되어서 더 이상 뜨고 내릴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가덕도를 원하는 거거든요. 부산의 발전하고도 관련이 있는 거지요. 그거야."
◇ 김현정> TK, PK 지역홀대론, 사실 다른 지역에서는 동의를 못할 이야기일 수 있겠어요. 좌우지간에 어떤 건지는 알겠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홀대론 두 가지 말씀하셨는데, 갈등의 또 다른 이유도 있을까요?
◆ 권민철> 방금 통화한 두 분도 민간에서 유치활동하시는 분들인데, 상당히 많은 지역단체가 유치활동에 가세해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에게, 상대 후보지는 절대 안된다는 정서가 뿌리 박혀 있는 거 같습니다. 문제는 상대 후보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주입돼 있다는 점입니다.
◆ 권민철> 제가 양쪽의 주장을 담은 문건을 서로 비교해 봤는데, 사실과 다른 대목이 여러 곳 있었습니다.
◇ 김현정> 예를 들어볼까요?
◆ 권민철> 부산에서 만든 자료 보면 밀양 공항 인근 주남저수지를 위험요소로 적시하고 있습니다. 주남저수지에 가덕도 주변 을숙도보다 철새 종류가 많다는 겁니다. 주남저수지엔 68종, 을숙도엔 26종이 서식중이기 때문에 밀양공항이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충돌) 위험이 더 크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구쪽에선 넌센스라는 입장입니다.
"2014년 환경부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 조사가 있었습니다. 주남저수지를 포함한 밀양 일원 지역에는 개체 수가 6,033마리, 가덕 일원 이쪽에 있는 개체 수는 28,423마리. 그러니까 지금 부산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자꾸 이런 공신력 있는 걸 기준으로 얘기하지 않거든요, 미치겠어요 그래서."
◇ 김현정> 개체수로 보면 가덕도 부근 조류가 밀양 부근 조류보다 5배 가까이 많은 거네요?
◆ 권민철> 그런데도 부산시는 주민들에게 밀양항공은 조류충돌 위험이 크다고 선전하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럼 반대로 대구쪽 주장에도 문제가 있는 게 있나요?
◆ 권민철> 대구시에서 낸 자료보면 가덕도 공항 옆에 높은 배들이 다니는 가덕수로가 있어서 항공기와 선박 운항에 장애가 된다고 돼 있습니다. 110m 이상인 해양플랜트, 73m자리 해상크레인이 다니다 항공 운항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부산쪽에선 한마디로 웃기는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들어보시죠.
"자기들 이야기를 하지, 남 험담만 늘어놓는 게 안타깝고요. 보통 컨테이너선이 4~50m가 주력이고, 해양플랜트 선이 우리 부산 신항에 들어가는 횟수가 거의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경우입니다. 몇 년에 한 번 지나가는 그 배가 위험하다 하는 건 웃기는 이야기죠."
◇ 김현정> 서로가 서로의 험담을 하고 있는 상황이네요.
◆ 권민철> 이렇게 감정싸움을 벌이는 데는 국토부의 실수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건 또 무슨 말인가요?
◆ 권민철> 아시다시피 두 곳은 2011년에도 신공항 유치를 놓고 한번 격돌했었죠. 그러나 경제성 낮다는 이유로 모두 탈락됐는데, 그 당시 국토부 자료 보면 밀양에 연평균 32일 안개가 낀다고 돼 있는데, 알고 보니 보고서에 오탈자가 있었습니다. 대구시 관계자입니다.
"밀양 후보지는 기상대 자료를 어디 걸 썼냐면, 진주 기상대, 창원 기상대. 이런 경남도에 있는 기상대 자료를 썼어요. 밀양하고 전혀 성격이 다르죠, 첫 번째는. 두 번째 더 큰 어이없는 일은 32일 된 가장 큰 이유가, 창원 기상대 자료가 연간 6일인데 이걸 46일로 오기입을 했어요. 그래서 이걸 평균 내서 32일이라고 한 거예요. 그러니까 틀렸죠."
◇ 김현정> 이걸 부산에선 밀양의 약점으로 이용했겠군요?
◆ 권민철> 물론입니다. 부산은 밀양이 분지라서 안개에 취약하다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그대로 지역 언론을 통해 지역민들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신공항 이슈를 다루는 지역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면, 사실보도보다는 감정적 보도가 많았습니다. 지역 신문 일부를 소개하면요.
○安 "신공항 공정하게"… 왜 '가덕' 지지 못 할까? (부산일보 6.13)
○[편집국에서] '신공항은 가덕도' 이는 필연이다 (부산일보 6.13)
○부산 정치권 신공항 몽니 도 넘었다(경북일보 6.8)
○[사설] 불복 선언하겠다는 서병수 부산시장, 제정신인가(매일신문 6.10)
◇ 김현정> 사실 언론이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오히려 선동을 하는 거 같아요.
◆ 권민철> 언론도 그렇고, 지역 정치인들도 갈등을 키우는데 일조 했습니다. 선거기간에 대통령이 큰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거나 하는 대구지역 정치인들의 말이 사전내정설을 낳았죠. 이는 다시 부산에선 불복종 운동을 야기하는 악순환을 낳고요. 14일 부산 집회때 최인호 의원의 말 들어보시죠.
"밀양신공항으로 결정된다면 부산시민과 뜻있는 국민들은 반드시 불복종, 불복종 할 것이라고…."
◆ 권민철> 사실 우리나라 공항 문제가 많습니다. 14개 공항 가운데 11곳이 적자에요. 그런데도 공항을 계속 짓잖아요. 무안, 양양공항은 그래서 사실상 개점휴업이고, 울진공항은 개항도 못했고요. 이들 공항 알고 보면 거의 정치적 목적에서 지어진 것들입니다. 정치인들 책임이 큰 거죠. 더욱이 갈등 조정해야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맨 앞에서 깃발을 들고 선동하고 있으니까 지역갈등이 커지는 겁니다.
◇ 김현정> 2011년에도 백지화됐다고 했는데, 백지화나 제3의 대안 같은 건 없나요?
◆ 권민철> 제3의 대안이라면 신공항 건설의 시작이었던 김해공항 확장하는 걸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김해공항 수요예측이 과장됐다는 관측도 있어요. 하지만 기존공항 확장안은 양쪽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안입니다. 백지화는 더더욱 그렇고요. 따라서 청와대 기류도 선정 강행쪽으로 방향을 잡은 거 같습니다.
◇ 김현정> 발표가 딱 일주일 남은 거죠?
◆ 권민철> 다음주 24일 발표니까요.
◇ 김현정> 오늘 여러 가지 문제 짚어봤습니다. 안그래도 좁은 나라가 남북으로, 다시 동서(영호남)로, 다시 남북(TK, PK)으로 쩍쩍 갈라지게 됐습니다. 정말이지 냉정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부도 작은 꼬투리라도 잡히지 않도록 정말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입지 선정 해주기를 바랍니다.(끝)
■취재도움: 문규리 인턴기자(중앙대 신방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