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옥, 멀쩡히 회의끝내고 '발끈'…복당 회의, 도대체 무슨 일이?

친박 우세 속 투표결과는 예상 밖...비대위원장, 사실상 직무 거부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새누리당이 16일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 전원에 대한 일괄복당 결정을 내린데 이어 회의를 주재했던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사실상 직무 거부에 나섰다.

상상 밖의 사건들이 불과 반나절만에 꼬리를 물면서 총선 후유증을 채 벗어나지 못한 새누리당을 다시 공황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 멀쩡히 회의 끝낸 뒤 '발끈'…비대위원장 속내 뭔가

이날 새누리당 파동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장면은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이 거취를 고민하겠다며 사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를 무리 없이 주재했고 대변인을 시켜 회의 결과를 브리핑까지 한 터였다. 때문에 그의 행보는 더욱 돌출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건의 대략적인 윤곽이 잡힌다.

2시간 40여분간 진행된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먼저, 복당 문제를 이날 중에 결론을 낼 것인지 여부를 놓고 잠시 갑론을박하다 한 여성 비대위원의 제안으로 표결에 부쳤다.

참석자들은 이어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탈당자 7명 전원을 일괄복당시킬지, 선별복당할지 여부를 놓고도 입장이 맞서자 원내 비대위원인 김영우 의원 등의 제안에 따라 역시 표결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결정을 좀 미루자고 하긴 했지만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고, 나중에는 "민주적이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복당 문제를 결정했다"는 취지의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 원내 비대위원이 "합법적인 의사결정을 미루는 것은 범죄행위"라는 식으로 말하긴 했다. 그러나 이는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고 김 위원장도 특별히 반응하지 않았다.


한 원외 비대위원은 "표결까지 갈 만큼 서로 할 말은 다 했다"고 완곡히 표현했다. 과정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회의 자체가 깨질 정도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다소 시차를 두고 반발한 데에는 유승민 의원 복당 결정에 대한 청와대의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임명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으로서는 이날 새누리당의 결정이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회의 결과를 즉시 김 수석에게 전달했다.

◇ 친박 반란표 나왔나…예상 밖 표결 결과

이날 일괄복당 결정에서 또 다른 미스테리는 투표 결과에 다수 친박계의 뜻이 관철되지 않은 것이다.

비대위원은 김희옥 위원장 외에 원내 인사 5명과 원외 인사 5명 등 모두 11명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친박계는 최소 6명을 차지해 과반수를 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정작 이날 표결에서 일괄복당 찬성표는 8표까지 개표한 상황에서 이미 6표가 나와 더 이상의 개표가 중단됐다.

당내 소식통에 따르면 비박계 권성동, 김영우 의원 뿐만 아니라 친박계 이학재 의원도 일괄복당 쪽에 기울었고 자칭 중립을 주장하는 정진석 원내대표까지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3대2 정도 비율로 친박이 우세했던 원외 위원들 중에서도 최소 1~2명의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일괄복당 여부에 대한 결정이 무기명 비밀투표로 정해진 것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원외 위원은 "일괄복당을 결정했다는 꼬리표는 평생 쫓아다닐 꼬리표임에도 (어렵게)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 위원장은 무기명 투표를 허용함으로써 친박계의 수적 우위를 허물어뜨리는 역할을 한 셈이고, 청와대와 친박계로선 매우 불편한 결과와 마주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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