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개의 좌석이 모두 차지는 않았지만 관객들은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가 디지털 리마스터링되어 개봉한 것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각자 이야기를 하던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되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불의 전차'는 올림픽에 출전한 두 육상 선수의 이야기를 그렸다.
스크린 속 첫 장면에서는 영화보다 유명한 테마 OST가 흘러나오면서 젊은 이들이 해변가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케임브리지 대학생 헤럴드 에이브라함과 선교사를 꿈꾸는 에릭 리델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전혀 다른 삶을 살던 이들은 1924년 제8회 파리 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영국 대표팀에서 만나게 된다.
편견 속에서 승리를 최고의 목표로 둔 헤럴드는 에릭과의 대결에서 지고 만다. 절망하는 해럴드와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달리는 에릭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되며 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들에게 닥친 위기는 강력한 라이벌도, 예기치 못한 부상도 아니었다. 승리 자체만을 바라보고 달리던 헤럴드는 신념을 찾아야 했고, 확고한 종교적 신념 속에서 살아가는 에릭은 안식일을 지켜야 하는 난관을 겪게 된다. 결국, 승리가 아닌 신념을 지킬 때 사람은 비로소 충만해질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이야기한다.
2시간에 걸쳐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은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일부러 '불의 전차'를 보려고 예매까지 했다는 이고은(30·서울 서대문구) 씨는 "국내에서 개봉은 하지 않았지만 오래된 영화라 예전에 본 적이 있다"면서 "더 선명하고 깨끗하게 보니까 주인공들의 스포츠 정신과 인간적인 모습들, 사소한 배경 하나까지도 마음을 울리는 것 같다"고 만족스러움을 내비쳤다.
예상치 못하게 영화관을 찾았다가 '불의 전차'와 만난 관객도 있었다.
김주아(23·서울 영등포구) 씨는 "예정에 없던 영화관을 방문해 뭘 볼까 고민하다가 작품성이 높은 영화라고 해서 '불의 전차'를 선택했다. 역시 명작은 명작"이라며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연출력과 가슴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좋았다. 내 삶의 신념을 한 번쯤 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관람평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