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농협은행 말고도 전국 단위농협까지 해운업계에 수천억 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들 단위농협은 농민회원들을 위해 재투자해야 할 자금을 엉뚱하게도 해운업종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조선·해운업계 사태와 관련해 전국 250여개 지역 농·축협(단위농협)이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단위농협 1132개 가운데 무려 22%에 해당한다.
이들 단위농협은 국내 조선·해운업체가 발생한 회사채 3600억 원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위농협 당 평균 14억4천만 원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대출 방식이 아니라 과감하게도 직접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현대상선 2100억 원, 한진해운 1100억 원 등 2개 해운업체에 집중 투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법원은 현대상선이 요청한 8천억 원 규모의 채무재조정안을 인가함으로써, 단위농협이 매입한 회사채 가운데 50% 이상을 출자전환하거나 만기연장해야 할 상황이 됐다.
이는 단위농협들이 현대상선에 투자한 투자금 가운데 절반 정도만 현금회수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역 농축협의 리스크 현황 분석'을 통해 채무조정에 따른 채권 원금 회수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채권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조합결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적자결산 조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 농협 부실투자에 눈물 흘리는 회원농민…올해 배당금 날릴 판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2015년도 회계 기준 전국 1132개 단위농협의 흑자액은 1조2800억 원으로, 농협당 평균 11억3천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조선·해운업에 투자했던 250개 단위농협이 투자금(평균 14억4천만 원)을 제때 회수하지 못한다면 적자 발생으로 최소 1년 이상 회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연히 지역 농촌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가 겹쳤다. 그동안 농협중앙회는 농협은행으로부터 배당금을 받아, 다시 단위농협에 내려주는 구조였으나 올해는 농협은행마저 적자가 예상되면서 배당금 자체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은 농민들의 재산인데 투자를 잘못해서 배당을 못하게 된다면 농촌경제가 어려워 질 수 있다"며 "단위농협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단위농협의 경우 회사채 등 외부 운용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상임 감사제를 도입하는 등 외부 운용에 관한 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