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의원은 16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권 도전과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 "그동안 대권 쪽으로 생각해왔는데 주위에서 '당의 외연을 확대해야 하는거 아니냐'며 당권 도전을 권유하고 있어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더민주 안팎에선 김 의원이 당권보다는 대권 도전으로 직행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김 의원의 중도 화합 이미지와 지역주의 극복의 상징성, 상대적으로 취약한 당내 입지 등에 비춰 당권 도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자신의 뜻이 당권 도전으로 기울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그동안 대권 쪽으로 너무 쉽게 생각해왔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에 출마한 뒤 대권에도 도전할 가능성에 대해선 "그건 안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더민주 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가 대선에 나가려면 대선 1년 전인 오는 12월까지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당 대표에 도전할 경우 대선은 차차기로 미룰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이달말까지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당권 도전을 결심할 경우 더민주의 당권경쟁 구도는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명확히 한 유력 주자는 추미애, 송영길 의원 두명이다.
김진표, 이종걸, 박영선, 이인영 의원 등도 출마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당권 도전시 주류측도 지지할 듯
당내 비주류측에서는 김 의원이 주류를 견제할 적임자라는 점에서 김 의원의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주류측의 지지 여부다. 친문재인계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내세우거나 친문의 이름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전 대표도 전당대회에 절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측근 의원은 전했다.
주류측은 다만 김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경우 손을 내밀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주류측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김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선다면 외연을 넓혀야 하는 주류 입장에서도 김 의원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대선 주자와 당 대표가 모두 영남에 편중될 수 있는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총선 이후에도 호남 민심이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당권과 대권을 모두 영남이 차지할 경우 호남 민심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주류측이 국회의장 선출 전 정세균 의장에게 당 대표 출마를 강력히 권유했던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김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경우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당의 어젠다로 추진하려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러나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현실성이 없는 문제인 만큼 김 의원의 얘기를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