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 체제 개편.. '코스닥 강화.경쟁'에 답있다

노조 반대, 야권과의 이견도 여전

요즘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1층 로비에는 거래소와는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로비 중앙에 농성천막이 세워져있고 지주회사 전환을 반대하면서 경영진을 비판하는 현수막과 함께 운동권 노래가 하루종일 로비 공간을 채우고 있다.

옆에는 농성 25일째라고 큰 숫자판이 걸려있다.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경영진을 겨냥한 거래소 노조의 농성이다.

거래소 지주회사의 기본구조는 현재 거래소 안에 있는 코스피, 코스닥, 파생상품시장을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시키고 그 위에 각 자회사를 통할하는 지주회사(가칭, 한국거래소지주)를 둔다는 것이다.

지주회사 전환에는 지난해부터 정부와 여당, 거래소가 모두 함께 뜻을 같이 하고 있다.

거래소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상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지난해 7월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받아 새누리당의 이진복의원 등 20명의 의원이 9월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여야간 이견으로 정무위의 벽을 넘지 못하고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 이진복 의원 "6월안에 지주회사 체제 개편법 개정안 발의"

하지만 거래소는 물론이고 금융위, 여당은 모두 20대 국회에서는 이를 관철시키겠다며 초반부터 밀어부치는 모양새다.

거래소는 최경수 이사장이 거래소의 흥망이 달린 일이라며 선두에서 전력투구를 하고 있고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이진복 의원이 다시 발의를 할 것이라고 예고까지 하고 나섰다.

이진복 의원은 이에 화답해 “6월 안에 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개편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진복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의 주무위원회인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법안 발의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와 정부, 여당이 한 목소리로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필요성을 주장하는데 왜 거래소 노조는 반대하면서 농성까지 불사하는 것일까.

◇ "한국거래소가 단일 회사인 것 외국에서 많이 부러워해"

노조는 지주회사체제가 현 거래소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처방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거래소가 지난 2005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선물거래소 등을 통폐합할 때 방안 중의 하나로 지주회사 체제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는 단일회사로 묶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서 단일회사로 간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분리돼 있는 회사를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 지주회사체제로 간다. 우리나라는 그보다 한걸음 더 나가서 단일회사를 만들었고 외국에서는 이를 부러워하는 거래소 관계자들이 많다. 그런데 이를 후퇴시켜 지주회사 체제로 간다는 것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우스꽝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동기 위원장은 “현 거래소 체제에서 코스닥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코스피의 제2부 시장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코스닥을 거래소에서 분리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자 정부와 거래소가 이를 모면하는 한 방편으로 외국의 사례를 들면서 지주회사 체제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거래소 경쟁력강화 TF팀 관계자는 “2005년 거래소 통폐합 때 지주회사체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당시만해도 지주회사체제가 금융권에서 막 도입돼 낯선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금융권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지주회사체제가 일반화돼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우리도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단일 회사내 사업본부 책임경영 어렵다" vs "무능경영에 대한 책임회피!"

도입 배경이야 어떻든 문제는 지주회사체제가 되면 거래소가 글로벌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7월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으면서 “한국거래소는 독점적 지위에 따른 경쟁부재와 비영리 공공기관 성격 등으로 국제적인 변화의 흐름에서 뒤쳐진 상황”이라며 “독점거래소의 성격상 거래소 내 시장간 상호경쟁이 제한되어 서비스 질이 저하되고 시장발전이 정체돼 있다”고 진단했다.

또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공적 인프라 성격이 강조됨에 따라 경영관리 효율성과 국제화 측면에서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장내 시장간 경쟁 강화를 통해 단일 거래소의 장내 시장 독점에 따른 비효율을 제거하고 상장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코스닥시장과 코넥스시장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상장시키면 경영자율성을 확립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 관계자는 “현행 단일회사 체제 내에서는 각 시장이 별도의 사업본부로 운영되고 있지만 사업본부별로 구분회계가 되지 않아서 책임경영이 어렵고 경쟁을 통한 발전도 어려운 측면이 있어 지주회사체제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협력의 틀이 유지되는 가운데 각 시장이 경쟁을 해서 발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동기 노조위원장은 “단일회사 내에서도 사업본부별로 구분회계가 얼마든지 가능하고 책임경영이나 경쟁도 가능하다. 자회사 분리가 능사가 아니다. 현 시스템 하에서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도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시스템 탓만 하는 것은 무능경영에 대한 책임회피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정부와 거래소, 다른 한편으로 거래소 노조의 견해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하나로 모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최운열의원 "지주회사 전환 찬성, 여당안 그대로 수용 불가"

정부와 거래소, 여당은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주회사 전환을 의원입법을 통해 힘으로 밀어부칠 태세다.

이 경우, 여소야대 정국인 만큼 야당측의 입장이 중요한데, 야당측에서는 이에 대한 입장정리가 아직 안돼 있다.

정무위 소속 몇몇 야당 의원실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언론에 보도된 수준 이상으로 아직 파악이 안돼 있다”며 “아직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2천년을 전후해 증권연구원 원장과 코스닥 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증권전문학자 출신 최운열의원은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찬성의 뜻을 표했다.

최운열의원은 “지난 2005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을 단일회사로 묶은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 결과 코스닥시장이 활력을 잃고 완전히 코스피의 2부 시장으로 전락하지 않았나. 이 국면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코스닥시장을 분리독립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처럼 코스피시장과 한 울타리에 있으면 코스닥시장은 코스피 기준에 맞추려고 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시장이 죽게 된다. 분리 독립시킬 수 없으면 지주회사체제로라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운열 의원은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수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19대 국회에서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지주회사 본사를 부산에 두도록 명문화하는 것을 놓고 여야간에 이견이 있었고 그래서 정부와 여당은 부산 대신 ‘파생금융상품 특화 금융중심지에 본사를 둔다’는 식으로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아는데 이런 내용이 거래소 정관에 들어가면 모를까 법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 점을 포함해 개별적으로 법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당에서는 부산권 의원을 중심으로 본사 위치를 명문화하는 것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는 만큼 20대 국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여야간 합의가 쉽게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기식 전의원 "지주회사 전환 여야 합의 없었다. 원점에서 검토 바란다"

19대 국회 정무위 야당간사를 맡았던 김기식 전 의원은 19대 정무위 활동성과를 정리한 정무위 보고서에서 “19대 국회에서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과 상장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으나 사실상 합의된 내용이 없는 상태로 20대 국회에서는 19대에서의 논의에 구속받지 말고 원점에서 검토하기 바란다”고 제언했다.

김 전의원은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과 상장은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가 목적인 바 지주회사 전환이 거래소 유일한 경쟁력 강화방안인지, 대체거래소 설립 촉진을 통한 실질적 경쟁체제 도입이 목적에 더 부합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의원의 말대로 정부 여당안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밀어부칠 것이 아니라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대체거래소(ATS) 설립을 통해 거래소를 경쟁체제로"

거래소의 경쟁체제 도입의 하나로 대체거래소(ATS) 설립의 필요성은 정부도 인식하고 지난 2013년 법개정을 통해 그 길을 열어놓았지만 한국거래소의 독점적인 지위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대체거래소 설립으로 거래소를 경쟁체체로 만들고 난 뒤 거래소가 글로벌한 경쟁력을 가질 절박함을 느끼고 지주회사로의 전환 등 지배구조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거래소의 공적인 측면보다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제도와 함께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다. 정부가 관여하지 않고 거래소가 민간 베이스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그것을 위해서는 대체거래소 설립을 촉진해 거래소가 경쟁 체제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거래소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급선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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