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까지 1년 6개월의 시간적 여유가 있고 여야 어느 한 쪽에 압도적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도 개헌론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정세균 의장은 16일 오전 취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헌론에 대한 보다 구체적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정 의장이 임명한 ‘개헌론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내정자는 벌써부터 개헌특위 구성을 언급하고 있다.
◇ 靑·보수 반대 감안, 권력구조 등만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
물론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계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개헌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여도 상관없을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강한 반대를 나타냈다.
정치권 다수가 찬성하더라도 청와대가 반대하면 개헌 추진이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대통령제 같은 권력구조나 정부조직, 더 나아가 선거제도를 포함한 의회시스템 정도만 손질하는 부분 개헌을 그나마 타당한 목표로 보고 있다.
개헌론이 분출되는 근본적 이유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약 30년이 흐르는 동안 사회 전반의 급격한 변화로 ‘87년 체제’가 더 이상 몸에 맞지 않은 옷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면적 개헌은 사회의 기본 틀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집권·기득권 세력에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과거 노무현 정권은 이런 논란을 의식해 정치제도 중에서도 권력구조만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을 시도했지만 이조차 좌절됐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개헌 논의가) 경제나 안보, 영토문제 등에까지 손을 대게 되면 보수진영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온 나라가 사분오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렇게 되면) 대선 국면에서 진보진영이 결정적으로 불리해질 수도 있다”며 “우선 정치제도라도 바꾸고 나중에 사회가 성숙해지면 영토나 남북문제를 정리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30년 만에 바꾸는 헌법이고 다시 개헌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은 만큼 차제에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87년 개헌마저도 당시 군부독재 상황에서 ‘직선제 쟁취’에 급급한 나머지 국민적 공론화 작업이 미흡한 채 이뤄졌다는 평가다.
사실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 권력구조를 분권형으로 바꾸되 이원집정제로 할 것인가 4년 중임제로 할 것이냐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협소한 개헌 논의가 아닐 수 없다.
우윤근 사무총장 내정자는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본권의 분야만 보더라도 생명 존중이라든가 환경권의 중요성이 강해졌다”며 “30년 동안의 변화를 담지 못하는 헌법을 총체적으로 손을 봐야 할 때”라고 밝혔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도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권력구조 하나만 갖고 논의하는 것은 반대”라며 “전반적으로 우리 헌법이 시대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남경필 경기지사는 개헌 논의와 더불어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의 개정인 셈이다.
새누리당 소속 남 지사가 15일 개최한 경기북부권 국회의원 및 시장·군수 간담회에선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정성호, 유은혜 의원 등이 이에 적극 공감했다.
물론 박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상황 등을 이유로 전면 개헌은 물론 부분 개헌조차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개헌론자들은 경제 악화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개헌은 더더욱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