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고문은 15일 한 언론에 실린 인터뷰에서 "내가 여러 차례 술을 과다하게 마시고 아내를 때렸기 때문에 아내가 이혼을 결심했다는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혼 소송 이유를 밝혔다.
그는 "우리 부부가 사는 집에 18명이 근무했지만 그 누구도 내가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다"며 "내가 가정폭력을 휘둘렀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가의 맏사위로 미국 MIT 경영대학원으로 유학을 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두 차례 자살을 기도했는데 아내가 발견해 살렸다", "(내 아들이지만) 이건희 희장님의 손자이기에 아들이 어려웠다"는 등 그동안의 결혼생활에서 겪은 고충을 털어놨다.
임 고문이 본격적인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이러한 내용의 인터뷰를 한 것은 자신의 입장을 널리 알려 1심에서 패해 수세에 몰린 분위기를 반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임 고문은 또 지난달 16일 열린 1차 변론준비기일에 직접 참석함으로써 혼인유지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변론준비기일은 재판에서 다뤄질 주요 쟁점과 증거관계를 정리하는 자리로 보통 소송대리인만 참석한다.
이렇듯 이번 항소심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임 고문에 맞서 이 사장 측은 맞불은 자제하면서도 신경전을 피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이 사장 측은 지난 13일 열릴 예정이던 2차 변론준비기일을 닷새 앞둔 8일 임 고문 측의 준비서면이 제출되자 "임 고문 측이 준비서면을 늦게 제출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음날 곧바로 기일변경을 신청했다.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준비서면을 기일 직전 제출하는 경우도 많아 닷새 전에 낸 것은 그렇게 늦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혼 소송에서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판을 이끌고자 기일을 당기거나 늦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과 임 고문의 항소심 2차 변론준비기일은 이 사장 측의 기일변경 신청이 받아들여져 오는 29일 열린다.
두 사람의 이혼 절차는 2014년 10월 이 사장이 이혼 조정과 친권자 지정 신청을 법원에 내면서 시작됐다. 이혼을 원하는 이 사장과 가정을 지키겠다는 임 고문은 두 차례 조정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성남지원 가사2단독 주진오 판사는 1년여간의 심리 끝에 지난 1월 14일 원고 승소로 판결, 이 사장의 손을 들어줬고 임 고문은 즉각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