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강남구청의 시인에도 불구하고 민간 업체들로부터 기부를 받은 태극기 제작업체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14일 강남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구두나 쪽지로 태극기 관련 사업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기부를) 권유했다"며 "순수한 의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이 무슨 권한이 있어서 '(기부를) 하라, 마라'를 강요할 수 있겠는가, 공무원이 갑인 세상도 지났고 하란다고 하는 것도 아니"라면서도 "기부를 한 업체 리스트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강남구청의 소개로 기부를 받은 태극기 제작업체가 어떤 방식으로 태극기 관련 행사를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구청 관계자가 비공식 통로로 관할 민간업체에 기부를 권유하면서도 관련 정보는 일체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실제 몇백만원의 기부금을 태극기 제작업체에 보낸 건설 관련업체 A 사(社) 소속 B 씨는 이런 구청의 권유가 사실상 강요에 가깝다고 증언한 바 있다.
감독권을 가진 관할 구청에 밉보였다가는 각종 공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저항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관계 및 관련 법률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면서 "혐의점이 발견되면 즉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부 권유는) 구청 차원에서 한 것이 아니"라면서 "상부에 구체적으로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태극기 관련 행사는 2010년 신연희 현 구청장이 취임한 이래로 주력해왔던 사업이었다.
강남구청은 '국경일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관내 건물 외벽에 대형 태극기를 설치하도록 장려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강남구청은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국가상징 선양 유공 포상'에서 최근 2년 연속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 손발 안맞는 강남구청-태극기 업체…"아는 사이" VS "어떤 공무원이 그러나"
이런 가운데 논란에 휘말린 태극기 제작업체는 여전히 관련 사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강남구청 측은 해당 태극기 제작업체 대표와 "알고 있는 사이"라면서 "민간 업체들에게 태극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소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업체 대표는 "관련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오히려 "어떤 공무원이 그렇게 말했느냐?"고 따져물었다.
강남구청 측이 태극기 관련 캠패인을 독려하기 위해 제작업체에 돈을 보내라고 안내하면서도 그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셈이다.
여기다, 태극기 제작업체 역시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사업자라는 점에서 공공기관이 나서 영리기업에 돈을 보내라는 것을 '기부'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민간업체들이 자발적인 돈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강남구청은 돈을 받은 제작업체가 태극기를 무료로 나눠주도록 하는 등의 관리.감독을 하든지 해야한다"면서 "그런데 그런 내역도 없이 돈을 보내라고 하는 것은 업무상 횡령 등의 소지가 짙다"고 말했다.
'안보 1번지'를 표방하는 강남구청의 이면에 공무원의 갑질 행태가 밝혀지면서 극진한 '태극기 사랑'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관련 사실을 확인하며 본격적인 수사 착수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