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개혁 밀어부치는 정부.. 설거지는 차기정부 몫

공공기관 기능조정, 성과연봉제 통해 공공개혁 다시 강조...돌려막기 전략 비판도

기관 통폐합과 구조조정, 민간개방, 지분 일부 주식시장 상장...14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발표된 ‘에너지, 환경, 교통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의 내용이다.

1조6천억원의 부채를 진 석탄공사는 신규채용이 금지된 채 단계적으로 정원 축소 등으로 폐쇄 수순에 돌입했다. 부채비율 6900%의 광물자원공사에도 해체나 다름없는 혹독한 구조조정이 예고됐다.

55년간 한전이 독점해온 전력시장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결정하는가 하면, 가스 도매, 화력발전소 정비, 원자력 설계 등도 민간에 개방하기로 했다. 발전 5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지분을 주식시장에 상장해 민간과 정부가 혼합 소유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2년 만에 126개 주요 공공기관장을 한자리에 모두 불러 모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되면 좋지만 안 돼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돼야만 하는 것도 있고, 오늘 못하면 내일로 미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공공개혁을 강조했다.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는 성과연봉제 강행에 대해서도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기득권 지키기에 다름이 아닐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은 또, "공공개혁은 민간 부문의 변화를 유도하는 개혁의 출발점으로 그 책임이 막중하다...공공개혁은 끝까지 간다는 각오로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며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그동안 정부는 구조개혁의 핵심과제로 노동개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노동관계법안이 19대 국회에서 결국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되자, 정부가 다시금 공공개혁에서 구조개혁의 동력을 찾는 모습이다.

노동개혁은 결국 19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제동이 걸린 상태지만, 공공개혁은 정부가 제어할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 특히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그 결과로 지급되는 성과급은 공공기관을 제어하는 강력한 도구다.

전임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됐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자칫 민영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는 과감한 민간이양 작업들을 추진하는 것도, 그리고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을 강행하는 것도 모두 공공개혁의 성과를 통해 구조개혁의 동력을 새로이 마련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 기능조정 방안 상당부분은 차기정권 몫...여소야대도 부담

하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공공개혁에서 구조개혁의 실마리를 다시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일단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의 경우는 야당에서도 문제를 삼고 있고, 에너지 시장 민간 개방이나 해외자원개발 사업 등도 20대 국회에서 민감하게 다뤄질 이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의 의도대로 공공개혁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고 예견되는 대목이다.

또 이날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은 석탄공사와 광물자원공사 구조조정을 비롯해 모두 실행에 몇 년씩 걸리는 작업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SOC, 농림수산, 문화예술 분야에서 4개 기관을 폐지하고 52개 기관을 기능조정하는 방안도 1년이 다 되도록 37.5%만 완료됐다.

이날 발표된 에너지, 환경, 교육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은 결국 상당부분은 차기 정권의 과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개혁 의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기능조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공노련 진병우 교육선전실장은 “사회 양극화가 극심하고 이것이 총선 심판으로 나오자, 철밥통 이미지로 왜곡된 공공기관을 타파하는, 개혁가의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다"며 "그동안 해놓은게 없다보니 실적을 내려는 것이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도 “정부가 노동개혁이 실패하자 자원외교에서 일부 실패한 공기업을 앞세워 공공개혁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런 돌려막기식 전략은 국민과 동떨어져 실패를 거듭하는데도 계속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년 만에 대거 공공기관장들을 불러들여 “공공개혁은 끝까지 간다”고 의지를 다졌다. 공공부문 개혁을 출발점으로 나머지 노동, 금융,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는 제대로 통할까. 현재로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 우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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