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농협중앙회에 강도높은 사업구조개혁을 추진하며 분권화를 추진하고 있고, 농협중앙회는 홍보조직 창구 일원화 등을 통해 중앙집권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NH농협은행 부실과 관련해 농협중앙회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해운업 여신이 농협은행이 농협중앙회에서 분리되기 이전인 2004년부터 쌓이기 시작한 까닭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7~2008년에 다른 시중은행들이 조선·해운업 여신을 줄일 때 농협은행은 ‘위기가 기회’라며 오히려 늘렸다.
2012년 3월에 농협은행이 분리됐으니, 이런 여신에 대한 판단은 결국 중앙회가 한 것이라는 책임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농협금융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894억 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조선·해운 업종 부실기업에 대한 과도한 충당금(3575억 원, 전년 대비 57% 급증)에 따른 것이다.
농협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도 322억 원으로, 창명해운(1944억 원)과 STX(413억 원), 현대상선(247억 원) 등 조선·해운업에 대한 충당금 적립에 따른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 3328억 원(전년동기대비 61.9% 급증)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은 STX조선과 한진해운, 대우조선에 대한 여신만으로 2분기에 최소 70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다른 여신에 대한 충당금 없이 STX조선과 대우조선, 한진해운 추가 충당금만으로 2분기 35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정부, 농협중앙회 힘빼기 착수
이에따라 정부는 농협중앙회에 대한 강도높은 사업구조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 개정된 농협법에 따라 농협중앙회는 1중앙회·2지주회사(경제·금융) 체제로 내년 2월까지 사업구조 개편을 마무리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농협중앙회의 계열사 지배권한은 대폭 축소된다.
정부는 비상임임에도 실질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회장의 권한에도 메스를 들었다. 비상임 회장은 경영·인사 등에 대한 집행권한이 없음에도 현실적으로 업무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우선 정부는 회장의 권한 축소를 위해 기존 중앙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이사회 중심으로 강화하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한다. 이는 농업인 권익 대변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도록 중앙회장과 조합장의 '경영 감독' 역할 책임성 강화 차원이라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일선 조합 임원의 권한과 책임이 괴리가 있다보니 경제사업분야의 사업손실이 증가하고 거래처와 부적절한 거래 등을 통한 부당 자금지급 등이 일어나고 있다"며 "감독은 이사회,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제대로 수행하도록 업무 범위, 선출방식, 이사회 기능 및 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 홍보기능 통합.. 입단속? 농식품부와 전면전 대비?
농협중앙회의 움직임도 기민하다. 농협중앙회는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농협중앙회는 이르면 이달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NH농협금융지주가 자회사의 홍보조직을 없애는 등 본격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다. 각 계열사별로 소통하던 대외언론 창구를 지주회사 밑으로 두는 구조조정(통폐합)에 착수한 것이다.
이는 수조 원대의 충당금 부담이 예고됨에 따라 재원확보 못지않게 비용절감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컨설팅 결과가 빨라도 다음달 중순은 돼야 나오는데, 농협중앙회는 사실상 이번주 중으로 조직개편에 대한 밑그림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대외적으로 불협화음을 없애고 자신들의 입장을 보다 분명하게 전달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거나, 농협중앙회가 언론통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를 벤치마킹했다고 하지만, 홍보실이라는 것은 해당 사업부와 긴밀하게 협조를 하면서 이뤄져야 하는데 지주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홍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창구의 일원화를 통해 얻으려는 무언가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 성난 농심 "농협중앙회 나쁜 특권과 관행 바뀌어야"
정치권에서도 그동안 농협중앙회의 나쁜 특권과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농피아(농협중앙회출신 낙하산 인사)에 따른 부실·방만한 조직 운영, 연구계약 몰아주기 등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농협이 부실의 책임을 물어야 할 전임 회장에게 오히려 5억3000만 원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지난 3월 정식 퇴임한 최원병 전 회장은 지난 2008년 취임해 8년간 재직했는데, 조선.해운업계에 수조원의 자금을 지원할 당시 금융업무 최고 책임자 역할을 맡아서다.
전국한우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조선·해운 업계 지원으로 수조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위로금을 준다는 게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농민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임 회장이 농민에게 손해를 끼쳤는데 이런 잘못은 덮고 위로금을 전달한다는 것은 농민 조합원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농협 관계자는 "지난 2005년부터 회장직이 비상임제로 전환되면서 퇴직금이 없어지고 퇴직위로금으로 변경됐다"며 "상임 임원들에게 지급하는 규정과 절차에 따라 똑같이 지급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