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35세 경영시작한 '롯데케미칼' 비자금 의혹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보라매 공원 인근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사옥에는 14일 오전 9시부터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쳐 하루종일 압수수색을 벌였다.

마침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롯데케미칼이 미국 엑세올사와 합작으로 짓는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가 있는 상황이었다.

신 회장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11시30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리는 에탄크래커 공장(셰일가스 기반의 에틸렌 생산시설) 기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사실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회장이 청년시절 일본 노무라 증권을 거친 뒤 한국 롯데에서 처음으로 경영 수업을 시작한 핵심 계열사이다.

신 회장은 지난 1990년 35세의 나이로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상무로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한 바 있다.

신 회장이 핵심 참모라고 할 수 있는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만난 것도 이 때이다. 황 실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부터 호남석유화학에 근무해오던 터였다.

신 회장은 이후 2003년 현대석유화학, 2004년 KP케미칼, 2009년 파키스탄 PTA, 2010년 영국 아르테니우스 및 말레이시아 타이탄를 인수 합병하며 회사를 성장시켰다.

특히 지난해는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현 롯데첨단소재), 삼성정밀화학(롯데정밀화학), 삼성BP화학(롯데BP화학)을 인수함으로써, 화학업종을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올려놓았다.

유통 중심의 롯데그룹에서 롯데케미칼은 이런 이유로 신 회장에게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이 11조7133억원,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인 1조6111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신 회장이 입사한 1990년의 매출이 28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 사이에 50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검찰 수사로 결국 포기하기는 했지만 신 회장이 미국의 선도적인 화학회사 엘시올사를 인수해 롯데케미칼을 글로벌 12위권의 화학사로 도약시키겠다는 꿈을 갖게 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신동빈 경영'의 출발지인 롯데케미칼에 대해 검찰이 주목하는 것은 비자금 조성 의혹이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무역업을 하는 협력업체의 홍콩 법인을 통해 석유화학원료를 구입·결제하는 과정에서 해외 계열사인 일본 롯데물산을 끼어 넣어, 과다 지급한 대금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300억원대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롯데그룹에서 차지하는 롯데케미칼의 독특한 위상에 대해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 주도의 비자금 조성 가능성 여부에 수사의 무게를 둔다는 얘기이다.

한편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으로 일본 금리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때는 일본 롯데물산을 통해 거래대금 결제가 이뤄지기도 했다"며 "이런 부분은 과거 여러 차례 정기 세무조사를 거치면서 불법성 여부가 확인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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