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석탄공사 단계적 폐쇄…광물공사 해체 ② 한전 발전 5사·한수원 상장…전력·가스 판매 민간 개방 ③ 4개 환경생태 공공기관 '생물다양성관리원'으로 통폐합 ④ MB때는 자원개발 빵셔틀…박 정부는 "손 떼라?" ⑤ 에너지 공기업 公기능 민간이양…소비자 가격급등 우려 |
14일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환경, 교육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 가운데 에너지 분야는 부채가 과중해 폐쇄 수순을 밟게되는 석탄공사를 제외하면 상당부분이 해외자원개발과 관련된 것이다.
전임 이명박 정부 때 여러 공공기관이 앞다퉈 추진했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해 대대적인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 현재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는 해외에 91개의 탐사와 개발생산 사업을 운영 중이다. 무리한 투자확대와 자원가격 하락으로 이들 공기업의 부채비율이 급증하고 부실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무리한 해외자원개발로 부채비율이 2007년 103%에서 지난해 6905%까지 치솟은 광물자원공사는 혹독한 구조조정이 예고됐다. 광물자원공사는 해외자원개발 기능이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신규채용이 중단되고 2020년까지 118명의 인력이 감축된다. 11개에 이르는 해외사무소는 내년에 3개만 남겨놓고 정리하고, 국내 조직도 17%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광물공사의 광물비축과 광물사업지원 기능은 책임사업부제를 도입해 운영한 뒤, 추후 유관기관과 통합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실상 기능을 나눠 해체 수순을 밟게 되는 셈이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도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핵심자산 위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석유공사는 본부를 6개에서 4개로 줄이고, 부서를 23% 감축하는 한편, 2020년까지 인력의 30%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한전이 추진 중인 유연탄, 우라늄 등 발전원료 해외개발 기능도 폐지하고, 호주와 인도네시아, 니제르, 캐나다 등에서 개발한 9개 해외자산은 순차적으로 매각을 추진한다. 발전원료 확보는 발전사에 맡기고 한전은 안정적 전력공급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기능조정의 이유다.
◇ "커지는 부실 막아야" vs "자원개발 길게 봐야"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핵심자산만 남겨 내실화하고, 관련 공기업의 재무구조를 조속히 개선하겠다는 것이 이번 기능조정의 목표다. 공기업이 빠지는 대신 국내 민간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형태로 자원개발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공기업들이 그동안 거액을 들여 투자한 자산을 한꺼번에 정리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자원개발은 리스크가 크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성공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크기 때문에 장기적 시각에서 실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이른바 '빵셔틀'에 비유했다. 신 교수는 "정부가 20원을 주고 공기업들에게 100원짜리 빵 사오라고 시키더니, 빵값이 50원으로 떨어지니까 화내는 식"이라며 "이것이 누구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원개발은 20년 정도를 내다보고 해야 하고 자원가격이 급등할 때를 대비해 꾸준히 전문가를 키워야 하는데 없애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사과나무 심었다가 2,3년 있다가 배 심고, 또 복숭아 심고 하면 10년 지나도 과일을 못 먹는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처럼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부는 이번 에너지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의 후속조치로 '해외자원개발 개편 방안'을 마련해 이달 중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혀,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