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1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와 홈 경기에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9회말 양성우의 희생타로 접전을 마무리했다.
지난주 한화는 4승2패로 NC(6승)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앞선 주는 삼성과 주말 시리즈를 스윕하는 등 5승1패로 주간 승률 1위였다. 또 그 앞선 주도 4승2패로 호조를 보였다. 3주 동안 13승5패를 거두며 두 달여 동안 이어졌던 10위에서 벗어났다. 12일까지 24승34패2무로 케이티와 함께 공동 9위에 올랐다.
타선의 응집력과 달라진 마운드의 견고함이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김태균이 리그를 대표하는 클러치 히터의 면모를 되찾았고, 윌린 로사리오도 현역 메이저리거의 명성을 확인했다. 김태균은 타점 12위(40개), 로사리오는 홈런 6위(13개), 타점 5위(50개)를 달린다.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진인 정근우, 이용규가 밥상을 차릴 맛이 난다. 여기에 하주석, 양성우가 타율 2할8푼7리에 각각 27타점, 17타점을 올려주며 하위 타선에서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다.
최악이었던 선발진이 안정을 찾은 것도 반갑다. 한화는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달 20일 이후 21경기에서 선발진이 평균 4⅔이닝을 소화했다. 앞선 39경기 3⅔이닝보다 1이닝을 많아졌다. 송은범, 윤규진, 장민재 등이 로테이션에서 버텨줬다. 불펜진의 부담이 그래도 덜 수 있던 이유였다.
▲권혁-박정진, 올해도 과부하?
이런 호조에도 한화는 잠재적인 불안 요소가 적잖다. 특히 한화 야구의 핵심인 불펜에서 위험 요소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가을야구가 무산됐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투수들의 출전 경기수 1~3위는 죄다 한화다. 권혁이 36경기로 최다를 기록 중이고, 박정진과 송창식이 33경기로 뒤를 잇는다. 아직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다 해도 체력 부담이 큰 무더운 여름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한화 불펜진은 지난해 경험이 있다. 권혁은 지난해 78경기 출장으로 전체 투수 중 2위였다. 1위인 NC 임정호(80경기)보다 2경기 덜 나왔다. 그러나 112이닝을 던져 임정호(48이닝)의 2배를 훌쩍 넘는다. 박정진도 76경기 96이닝을 소화했다.
박정진 역시 후반기 구위가 떨어졌고, 마무리던 윤규진은 부상으로 이탈했다. 마리한화의 핵심이던 이들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한화는 아쉽게 가을야구가 무산됐다. SK와 막판 5위 경쟁에서 밀렸다.
올해도 아직 전반기를 마치지 않은 상황이지만 한화의 불펜 상황은 남은 시즌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화 불펜진은 최근 21경기에서도 선발진보다 겨우 3이닝 적은 96⅓이닝을 소화했다. 선발진이 더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태양이 최근 1군에서 제외됐다.
그래도 한화는 마운드의 부담을 나눌 원군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오른 팔꿈치 통증을 겪고 있는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와 알렉스 마에스트리, 여기에 선발과 불펜을 소화하며 지난해 10승을 거둔 안영명까지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돌아오면 선발진과 불펜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승리조의 부담을 덜기 위한 벤치의 투수 운용도 필요하다. 당장 1승이 급하다고 무절제하게 전가의 보도처럼 필승 불펜을 소모해버리면 정작 요긴할 때 남아 있는 자원이 없다. 지난해처럼 8점, 6점 차 리드 때의 승리조 투입은 2015년 실패의 전철을 밟는 지름길이다. 지금부터 불펜에 대한 관리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시즌 전부터 주축들의 부상과 개막 후에도 김성근 감독의 허리 디스크 수술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화. 과연 5월 하순부터 불어온 상승 기류를 이어가 여름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