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1년 세상에 태어난 영화 '불의 전차'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개봉한다. 당시 이 영화가 제5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제34회 칸국제영화제에서는 2개 부문을 수상한 것을 생각해보면 그 작품성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두 사람이다. 대학생인 유대인 헤럴드 에이브라함 그리고 선교사를 꿈꾸는 스코틀랜드인 에릭 리델. 이들은 1924년 제8회 파리 올림픽 영국 대표로 선출되면서 라이벌로 맞붙게 된다.
해럴드는 오직 이기기 위해 뛰는 선수다. 그는 언제나 스스로를 영국인이라고 확신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깊은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차별과 편견 속에서 싸워왔기 때문이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는 에릭을 만나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더욱 강하고 담대하게 변화한다. 단지 이기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달리기를 통해 스스로를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인간이 된 것이다.
중국 선교의 꿈을 꾸고 있는 에릭은 헤럴드와 그 목표와 과정이 완전히 다르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통해 신인 하나님에게 영광을 돌리기를 원한다. 승리에 집착하지 않는 그의 달리기는 그래서인지 더 자유롭고 행복하다.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려는 그 순간, 이미 메달을 따낸 영국 대표팀 동료 선수가 기적처럼 나타난다. 해럴드와 함께 케임브리지 대학에 재학 중인 이 선수는 에릭이 뛰는 것을 보고 싶다는 바람 하나로 자신의 출전권을 양보한다.
영화는 해럴드와 에릭의 존재를 불꽃튀는 라이벌 관계로 그리지 않는다. 그래서 두 인물의 서사 또한 상당히 개별적으로 펼쳐진다.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서로를 보며 자극받아 노력한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분명한 신념을 품고, 또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달린다는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불의 전차'는 늘 밭은 숨을 몰아쉬며 인생이란 트랙을 달리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사람이란 무엇으로 달리는가. 무언가를 가슴에 품지 않은 채 속력만 내는 것은 의미있는 질주인가. 오는 1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