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자까지 증인으로 부른 가해자…법원, '소송비 내라'

과도한 증인신청 피고인에 '소송비 부담 판결' 잇따라

성폭행 피해자까지 증인으로 불러내는 등 불필요한 증인신청을 하며 형사재판을 지연시킨 피고인들에게 제주지법이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하라는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송 모(43) 씨는 몸싸움하던 상대방에게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상해)로 지난해 10월 약식기소됐다.

그러나 송 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피해자와 목격자를 잇따라 증인으로 신청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상해 혐의가 명백한데도 쓸데없이 증인들을 법정에 불러내 공판절차를 지연시켰다며 송 씨에게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주지방법원 형사단독(정도성 판사)은 지난 5월 25일 송 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벌금 50만원과 함께 국선변호인 선임료와 증인여비 등 소송비용 40만 4000원을 송 씨가 내라고 판결했다.

분묘발굴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된 배 모(54) 씨도 마을주민과 토지 임차인 등 4명을 잇따라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큰코 다쳤다.

지난 5월 4일 제주지법 형사단독(정도성 판사)에 의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소송비용 27만 2000원 전액 부담이라는 선고를 받은 것이다.

박 모(22) 씨는 성폭행 미수 혐의로 지난해 5월 22일 기소돼 피해자와 남편까지 증인으로 신청했다.

제주지검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해 3월 주점 화장실에서 A(21·여) 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재판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다 뒤늦게 자백했다.

검찰은 범행 부인을 하며 피해자 가족까지 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명백한 시간끌기라며 소송비용 11만 1천원을 박 씨에게 부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허일승 부장판사)는 박 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박 씨에게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하게 해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제주지검 김한수 차장검사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정식재판을 청구하거나 불필요한 증인신청으로 재판절차가 지연되고 피해자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차장검사는 특히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소송비용이 낭비돼 정작 세심한 심리가 필요한 사건에는 시간과 인력, 비용이 집중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도 불필요한 증인신청과 공판절차 지연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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