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 대비하자"던 노조 묵살한 고용부, 조선업 실업 사태 키웠나

조선업계 실업에 대비해 노동계가 수년째 노사정 대화를 요구했지만, 정부가 이를 묵살하다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노동계는 조선업계 고용안정을 위해 가칭 '조선산업 발전전략위원회'를 열어 노사정 대화를 하자고 요구해왔다.

이같은 요구는 비단 이번 산업 구조조정으로 갑작스레 도출된 대안이 아니라, 중소 조선소가 연이어 도산하던 2012년 통영 사태 시절부터 노동계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사안이다.

당시 노동계는 ▲총고용(비정규직 포함)보장 ▲조선산업 발전전략위원회(노사정 대화기구) ▲중소조선소 지원 대책마련 등 3대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정부가 답변을 거부해 끝내 노사정 대화가 수포로 돌아간 바 있다.

실업 사태의 직격타를 맞고 있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역시 수년 전부터 정부나 사측과의 대화를 호소해왔다.

현중사내하청지회의 경우 원청업체인 현대중공업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3년 전부터 고용 안정을 호소하며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단체교섭 주체로서의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대화를 거부했다.

이번 구조조정 사태에서 심각한 적자로 대규모 실업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노동자들이 "정부와 채권단, 기업 간의 결정 과정에 말 한 마디 못한다"며 정부의 고용대책에 강하게 반발하는 배경이다.

물론 노사정 대화를 위한 기구로 기존 노사정위원회가 있다. 하지만 노사정위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핵심인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참석을 거부해 대화가 불가능하다"며 노동계에 책임을 미뤘다.

더구나 노동계와의 갈등이 한창인 지난 7일, 한국노총과의 대타협이 실패로 돌아간 뒤 사실상 '식물 노사정위' 상태로 머무르던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노사정위는 동력을 완전히 잃었다.

위원장직 후임 인사가 늦어지는데다, 야권이나 노동계의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총선 낙선자를 대상으로 한 '친박 챙기기'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이번 조선업 사태에 노사정 대화 물꼬를 트기는커녕 악영향만 끼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별도의 대화기구도 실현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조사단에 노조 인사는 없지만, 노사전문 교수 2명을 참여시켰다"며 "조사 일정에서 노동자와 충분히 접촉하기 때문에 별도의 대화채널은 불필요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뻔히 예상되는 조선업 불황에 미리 대비하자던 노동자들의 대화 제안은 수년째 거부해놓고 이제 와서 수천억원대 국민 세금을 퍼부으며 노동자들의 희생과 협조를 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김태정 정책국장은 "금속노조, 조선노련 등은 업종별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수년간 교섭을 요구했는데 정부는 계속 거부하고 있다"며 "협력적 구조조정을 얘기하면서도 노조와는 전혀 대화하지 않으니 노조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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