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와 카메라, 붓, 펜, 가위를 들고 구세대의 계급과 관념을 실력으로 깨트려 버린 남자와 여자 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며, 바로 곁에서 혁명의 주역들과 함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들려주는 ‘실제 이야기’다. 이를 바탕으로 1963년을 순차적으로 재현해낸 각 장들은 유행했던 의상과 헤어스타일, 클럽 분위기의 세세한 묘사, 한 사건을 같이 겪었던 사람들의 목격담이 날줄과 씨줄처럼 촘촘히 어우러져 1963년을 다각도로 비춰볼 수 있게 한다.
비틀즈, 롤링 스톤즈, 데이비드 보위 등을 밀착해서 담은 사진으로 유명한 테리 오닐의 국내 미공개 컷을 포함, 자유분방한 1963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사진 57점이 함께 실려 당시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이 위주의 인물과 밴드 등 정보 페이지를 만들어, 당사자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어떤 시각으로 인터뷰에 응하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불꽃같이 일었다가 사그라든 록 페스티벌과 때로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듣는 68혁명, 마약과 히피즘으로만 60년대의 젊은이를 기억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1963년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거리는 미니스커트 차림의 젊은 여성과 이를 욕하는 사람들로 나뉘고, 성에 대한 표현이 더욱 자유로워진 출판과 영화 분야는 대중의 지지를 업고 검열 제도에 맞섰다. 예술대학 학생들은 학제를 벗어난 실험적 작품을 내놓으며 스승과 대립했다. 젊은이들은 일찌감치 부모에게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을 찾아 열정을 폭발시켰다. 젊은이들이 펼쳐 보인 새로운 문화는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계급과 차별의 경계를 빠르게 지워갔다. 이 일련의 사실들을 접하다 보면 특별한 서술어 없이도 사회 변혁의 과정을 마치 동시대를 살았던 것처럼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
책 속으로
“이 책은 그 저항의 정신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로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무쪼록 혼란과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이 새로운 가치관에 대한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가수 겸 기타리스트, ‘기타의 신’, ‘블루스의 거장’): 전 지금도 가끔 공연보다 연습하는 게 더 좋아요. 관객은 다만 원동력을 주는 존재죠. 가령 “오, 사람들이 이 소리를 좋아하네” 이런 거요. 제가 존경하는 뮤지션들은 전부 너무나 이기적인 이유로 음악을 해요. 우린 우리가 느끼는 방식을 표현하고 다른 음악인들과 하모니를 맞추려고 연주를 하죠.
의식적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거나 관심을 끄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면 아마 전 돌아버릴 거예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도 모를 뿐더러 그냥 직관에 따라, 제가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게 더 좋거든요. 만약 관객이 뭔가를 공감하고 경험했다면 그건 우연의 일치일 뿐, 제가 일부러 계획한 게 아니에요. ― 372p, ‘파장’ 중에서
맨디 라이스 데이비스(Mandy Rice-Davies, 모델 겸 배우, 작가): “내가 이 세상을 이끄는 주역 중 한 명이지!”라고 자화자찬하며 말할 수는 없어요. 그냥 그런 변화의 시대에 제가 가담해 있었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었죠. 저를 수치스럽게 만들려는 기득권층의 시도는 실패했어요. 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죠. 그리고 아주 빠른 속도로 회복했어요. 어린 시절에 외웠던 문장 하나가 생각나요. “말 앞에서 겁먹으면 공격을 받기 마련이다.”
분노의 찌꺼기가 남아 있었지만, 저를 쓰러뜨릴 수 없었죠. 전 곧바로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 418p, ‘실현’ 중에서
로빈 모건, 아리엘 리브 지음/ 김경주 옮김/예문사/456쪽/1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