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극기 사랑' 강남구청의 민낯…민간업체에 돈 요구

강남구청측, 민간업체 불러 "태극기 제작업체에 몇 백만 원만 기부하라"

서울 강남구청 측이 민간 건설 관련업체를 상대로 노골적으로 태극기 제작 업체에 돈을 보내라고 요구한 사실이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드러났다.

강남구청 관내에 있는 민간 건설 관련업체에 '기탁금' 명목으로 해당 업체 계좌로 일정 금액을 이체하라고 요구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강남구청은 현 구청장 취임 이후 태극기 관련 행사에 주력해 오고 있다.

◇ "내 할당량이 3000만 원인데"…노골적 돈 요구

(사진=자료사진)
지난달 말 중소 건설 관련업체 A 사(社) 소속 B 씨는 강남구청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 관계자는 "내 할당량이 3000만 원인데, 몇 백만 원만 기부하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고 B 씨는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곧 B 씨를 불러 기부를 안내하는 문서를 건넸다.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이 문서는 최소한의 형식도 갖춰지지 않은 비공식 문서로, 태극기제작 업체 대표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이 간략히 적힌 A4용지 한 장이었다.

문서에 '기탁할 업체'라고 명시돼 있었으며, 사실상 강요에 가까웠다는 것이 B 씨의 주장이다.

감독권을 가진 관할 구청에 밉보였다가는 각종 공사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안내된 번호로 전화해 돈을 입금했다.

B 씨는 "공사를 처음 시작할 때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돈을 지급한 적이 있다"며 "이런 일로 강남구청과 대립각을 세우면, 업체들만 피곤해질 게 뻔하니 그냥 돈을 입금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지시를 전달받은 것으로 안다"며 "공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 극진한 '태극기 사랑' 강남구청, 그 이면엔?

강남구청 관할 지역에 있는 공사현장에 대형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 (사진=김구연 기자)
강남구청은 신연희 현 구청장이 선출된 지난 2010년부터 '안보1번지'를 표방하며 태극기 관련 행사에 주력해왔다.

강남구청은 '국경일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관내 건물 외벽에 대형 태극기를 설치하도록 장려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강남구청은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국가상징 선양 유공 포상'에서 최근 2년 연속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같이 강남구청의 태극기 사랑 이면에 민간 건설업체를 상대로한 노골적인 돈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기탁'을 가장해 제3자를 경유한 이같은 노골적인 돈 요구는 공무원의 직권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또 강남구청 혹은 돈을 요구한 관계자와 해당 태극기 제작업체 사이의 대가성 관계가 확인되면, 뇌물죄까지 성립할 수 있다.

형법 제123조와 제129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요구하거나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측은 "공무원들은 비공식적으로 업체에 기부를 권유하지 못한다"면서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확인을 더 해보겠다"며 구청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태극기 제작업체도 "강남구청 관계자들을 알긴 하지만, 그런 의혹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법 위반의 소지가 커 보인다"며 "관련 내용을 입수하는 대로 내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건설업체에서 태극기 제작업체로 흘러간 돈의 행방은 물론, 민간 업체를 상대로한 노골적인 돈 요구의 배후가 누군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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