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올까봐 옷 벗겼다'…사패산 '등산객 강도살인' 결론

'1만5000원 때문에 살인을'…성폭행 흔적 없지만 가능성 열어둬

'의정부 사패산 살인사건'의 피의자 정모(45)씨가 지난 7일 오후 범행 후 하산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사진=의정부경찰서 제공 영상 캡처)
경기도 의정부 사패산 50대 여성 살인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이번 사건을 돈을 노린 '강도살인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12일 오전 10시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을 열고 50대 여성의 금품을 빼앗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강도살인)로 일용직 근로자 정모(45)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 7일 오후 3시쯤 의정부 사패산 8부 능선 등산로 인근에서 혼자 산행 중인 피해자 A(55·여)씨의 목을 조르고 머리를 때려 숨지게 하고 지갑에 든 1만5천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일 정씨는 오전 10시쯤 사패산에 올라 소주 1병을 마시고 3시간 정도를 잔 뒤, 일어나 돌아다니던 중 혼자 음식을 먹고 있던 A씨를 발견했다.

이어 정씨는 금품을 빼앗을 목적으로 A씨 뒤로 다가가 목을 감아 조르고, 주먹으로 머리를 2차례 때려 살해했다.

정씨는 A씨의 가방 안에서 지갑을 빼앗은 뒤 현금 1만5천원만 챙기고 범행 장소에서 200m를 내려가다가 등산로 미끄럼방지용 멍석 아래 지갑을 숨긴 것으로 확인됐다. 지갑 안에 도서관 카드와 신용카드는 그대로 있었다.

피해자의 하의와 상의가 반쯤 벗겨져 있는 점으로 미뤄 성폭행 시도 여부를 조사해온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성폭행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씨가 피해자가 깨어나 따라올 것에 대비해 바지를 내렸다고 진술했고, 피해자의 신체 곳곳에서도 피의자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돗자리에서 발견돼 성폭행 시도를 의심하게 했던 음모도 DNA 대조 결과 정씨의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일정한 주거지와 직업이 없는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해오다 지난 4월 충남 아산에서 의정부로 상경해 종일 요금 1만4천원인 만화방에서 2개월간 생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정씨가 수중에 1만4천원 밖에 남지 않자 더 이상 만화방에서 생활할 수 없게 되자 산에 올라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다.

박원식 의정부경찰서 형사과장은 "성폭행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죄를 가볍게 만들 의도로 거짓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30분쯤 의정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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