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12일(한국 시각) 미국 세이프코 필드에서 열린 텍사스와 홈 경기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이대호 대신 좌타자 애덤 린드가 6번 타자 1루수로 나섰다.
전날 이대호는 시즌 9, 10호 연타석 홈런 등 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팀의 7-5 승리를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이대호는 0-0으로 맞선 2회 1사에서 선제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 제압을 견인했다. 1-1이 된 4회는 단숨에 승부를 결정짓는 3점 홈런을 날렸다. 이날의 결승타였다.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도 극찬했다. 경기 후 서비스 감독은 "이대호의 활약이 돋보였다. (오늘은) 이대호의 밤이었다"고 칭찬했다. 이어 "이대호가 벌써 홈런 10개를 쳤는데 (투수 친화적인) 세이프코 필드를 홈으로 쓰는 타자에게 절대 쉬운 기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대호의 특별한 선물도 언급했다. 서비스 감독은 "이대호가 2∼3주에 한번 한국에서 온 물품을 선수단에 선물하는데 오늘은 건강 목걸이였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은 모든 선수가 이대호의 목걸이를 하고 경기에 뛰는 것 아닌가"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날 상대 선발이 우완 콜비 루이스기 때문이다. 시애틀은 올 시즌 상대 선발이 주로 좌완일 경우에만 이대호를 선발로 내보내는 '플래툰 시스템'을 시행 중이다. 우완이면 좌타자 린드가 주로 나선다.
올 시즌 이대호는 좌투수에 강했다. 타율 2할9푼8리 6홈런 16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우투수에도 강했다. 타율은 3할4리로 더 높았고 4홈런 8타점을 곁들였다.
린드는 오히려 올해는 좌투수에 더 강하다. 17타수뿐이지만 타율 2할9푼4리(1홈런 2타점)다. 우투수에는 타율 2할3푼9리 6홈런 22타점이다. 물론 린드는 지난해까지 최근 3시즌 동안 우투수를 상대로 타율 3할1푼3리(1024타수 321안타) 46홈런 176타점을 올렸다. 반면 좌투수에는 타율 1할대다. 전형적인 반쪽짜리 타자다.
하지만 몸값에서 어쩔 수 없는 기용이다. 이대호는 올해 최대 400만 달러를 받지만 린드는 2배인 800만 달러(약 92억 원)다. 메이저리그는 선수 연봉이 출전 기회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몸 상태와 성적이 형편없지만 않다면 고액 연봉 선수가 기회를 얻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쨌든 이대호로서는 많지 않은 기회에서 최대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