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문화행사인 제17회 퀴어문화축제가 끝났다. 같은 시각 기독교계 동성애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려 충돌 우려가 있었지만 양측 모두 평화적으로 집회를 마쳤다.
퀴어축제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는 지난해 보다 선정적이지 않으면서도 성소수자의 인권을 어필하는 모습이었고, 동성애를 죄악시 해온 기독교계 역시 동성애자를 혐오의 대상이 아닌 사랑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자세가 돋보였다. 지난해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한 발씩 더 양보한 모습이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측은 동성애자와 시민 5만여 명(경찰 추산 1만여 명)이 축제에 다녀갔다고 밝혔다.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는 오전 11시 시작해 오후 7시까지 진행됐다. 1부 부스행사를 시작으로 개막행사, 퍼레이드, 축하무대 순서로 진행됐다.
부스 행사는 인권단체와 정당, 미국, 독일 등 14개 국 대사관, 대학동아리, 기업 등 100여 개 단체가 참여해 국내외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활동을 펼쳤다.
강명진 조직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광장에서 열리게 돼 시민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 같이 즐기는 축제로 또 한발 나아가게 돼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감리교 퀴어함께(성소수자 혐오와 배제 확산을 우려하는 감리교 목회자 및 평신도 모임)도 부스를 차리고 성찬예식을 가졌다.
성찬식 집례자는 “혐오가 우리 사회에 불러오는 위기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고, 성령께서 이 땅에서 홀대받고 배척당하는 이들 위에 강력하게 임재하시기를 염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 기독교계 동성애 반대 집회 3만 명 운집..“동성애 반대 동성애자는 사랑의 대상”
퀴어 축제가 열린 서울광장 건너편 대한문 앞에서는 기독교계 동성애 반대 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주최 측 추산 3만 여명(경찰 추산 1만여 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2016 서울광장 동성애 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집회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영훈 대표회장), 한국교회연합(조일래 대표회장)을 비롯해 한국기독교평신도세계협의회, 예수재단, 자녀사랑나라사랑연대, 홀리라이프 등 보수 기독단체들도 대거 참석했다.
강단에서는 성경에 따라 동성애는 죄라고 분명히 하면서도 동성애자는 사랑과 치유의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은 대회사에서 “동성애는 가정과 사회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성경에서 죄악이라고 말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해야한다”며, “동성애에 빠진 사람들이 회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일래 한교연 대표회장 “인권이란 이름으로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한다면 이 세상은 난장판이 될 것”이라며, 동성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인권의 이름으로 동성애가 만연한다면 이 세상은 하나님이 두고 보시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자녀들과 나라를 지키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강석 대회 상임대표는 “동성애 자체를 우리가 찬성할 수 없다”며, “우리는 동성애자들을 사랑하지만 저들의 행위는 반대 한다”고 동성애 반대집회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대회 참가자 행동수칙에서도 “동성애자들을 혐오의 대상이 아닌 사랑과 치유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모욕적이고 과격한 발언을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동성애를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우리 사회 동성애 저지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성명서를 낭독한 여성삼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은 “동성애를 조장하는 인권법 개정을 반대한다”며, “동성애를 반대하는 국민들을 오히려 반대하는 차별금지법 추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퀴어축제 주최 측과 동성애를 반대해 온 기독교계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서로를 혐오의 대상이 아닌 사랑의 대상으로 인식하려는 노력들이 진일보 했다.
대한성공회 자케오 신부는 “공론장에서의 기독교 역할에 대한 이해가 기독교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며, “퀴어 축제는 계속 성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