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맞대결이었다. 오승환은 지난 이틀 연속 공을 던졌다. 경기 막판까지 세인트루이스가 피츠버그에 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셋업맨 오승환의 등판 가능성은 더욱 낮아보였다.
세인트루이스는 11일(한국시간) 미국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원정경기에서 7회말까지 0-2로 뒤져있었다.
그런데 8회초 공격에서 맷 카펜터의 역전 3점홈런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그러자 세인트루이스는 8회말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오승환은 첫 타자 션 로드리게스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앤드류 매커친에게는 2루타를 얻어맞았다. 그레고리 폴랑코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뒤 강정호가 타석에 섰다.
둘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첫 맞대결을 펼쳤다. KBO리그 무대를 거친 투수와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맞대결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
오승환은 초구 슬라이더로 강정호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스윙당 헛스윙률이 50%가 넘는 오승환의 주무기다. 이어 오승환은 시속 151km의 강속구를 연거푸 뿌렸다. 강정호는 공을 커트해 파울을 만들어내며 버텼다. 볼카운트 0-2, 오승환이 유리했다.
오승환은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선택했다. 아마도 강정호는 슬라이더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았다. 몸이 빠르게 반응해 슬라이더의 꺾이는 궤적을 따라가며 가볍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정상적인 자세에서 타격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방망이에 공을 잘 맞혔다.
타구는 중견수 정면을 향했다.
이로써 오승환은 1점차 리드를 지켜 시즌 11번째 홀드를 챙겼다. 9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평균자책점을 1.60으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