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돼가던 국면에서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사상 초유의 홈쇼핑 방송정지 제재, 본사 및 계열사 등의 압수수색 등 잇따른 악재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는 반격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달 말에 있을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일본에 머물던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열 증세를 보이자 지난 8일 입국해 9일 오후 신 총괄회장의 서울대병원 입원에 동행했다.
신 전 부회장은 10일 검찰 압수수색 소식을 접하고 상당히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긴급성명을 통해 "창업 이후 최대 위기상황이라는 중대성에 비춰 정기 주총에 앞서 롯데홀딩스 및 종업원지주이사회에 대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긴급협의의 장을 설치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임시주총에서 모두 동생 신 회장에게 완패했던 신 전 회장이 이달 정기 주총에서 자신의 이사 선임과 신 회장의 이사직 해임 등을 재시도하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이미 지난 2일 검찰의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관련 압수수색 직후 “롯데홀딩스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이번 압수수색은 신 전 부회장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격 포인트다.
신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한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로서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 격이다. 그런데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광윤사로서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지분 '50%+1주'를 가진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다.
신 회장은 미국 석유화학업체 액시올(Axiall) 인수를 직접 챙기기 위해 지난 7일 출국했지만 끝내 액시올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신 회장은 당초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자신을 직접 겨냥하고 들어온 검찰의 칼날은 글로벌 화학업계 12위권 도약의 야심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절호의 기회지만 그 역시 롯데 일가라는 점에서 신 회장의 '원(one) 롯데, 원 리더' 체제를 뒤집고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