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국내에서 4년간 70대 팔아서야 "쉽지 않다“

미세먼지로 얻은 기회, 수소차의 가능성은?

수소차는 미세먼지로 기회를 얻었다. 폭스바겐 디젤스캔들의 여파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수소차가 궁극의 친환경차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환경차인 수소차가 앞으로 확산되는데는 안정성과 대중성, 경제성 등에서 해결해야할 과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친환경차에는 수소차 말고도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가솔린 엔진이 일정 부분 동력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완전한 친환경차로 보기 어렵다.

전기차도 배기가스를 하나도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소차와 마찬가지로 미래의 친환경차로 각광을 받지만, 화력발전 등 전기를 얻는 과정까지 감안하면 친환경성에 한계가 있다.

반면 수소차는 이론적으로 물 분해를 통해 얻는 수소를 활용할 수 있고, 오염물질 배출이 전혀 없는데다, 외부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까지 있어 친환경차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현대차에 따르면 수소차 1대가 1㎞를 달리면 외부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미세먼지를 최대 20mg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디젤 중형 승용차가 1㎞ 주행 시 배출가스를 통해 미세먼지를 약 10mg 발생시킨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소전기차 1대가 최대 디젤차 2대 분의 배출가스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셈이다.

게다가 수소차는 그 자체가 움직이는 발전소 역할을 한다. 수소만 공급되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차 10만대가 만들어내는 전력량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1GW급 원자력발전소 1기와 비슷하다는 추산도 있다.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의 한계를 갖고 있는데다 전기충전 시간도 빨라야 30분은 걸리지만, 수소차는 휘발유 주유처럼 4,5분 만에 수소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중화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도 있다.

수소차가 제시하는 미래 비전이 이처럼 찬란하지만, 그러나 현실은 초라하기가 이른 데가 없다. 4년간 국내에서 수소차는 겨우 70대가 팔렸고, 전국에 설치된 수소 충전소는 10곳에 불과하다.

현대차가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투싼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지만, 2013~14년에 국내에서 10대, 2015년 40대, 올해 2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해외에서 판매된 369대(9일 독일 린데社에 전달한 50대는 제외)를 합치면 모두 439대 정도이다. 수소차의 용도도 개인들이 이용하기보다는 자동차 연구소의 연구용이나 카셰어링용으로 보급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5000만 원대에서 구입 가능한 수소차를 2018년부터 3천만원대로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한편 수소차 보급 물량을 2020년 9천대, 2030년 63만대로 높인다는 목표이다. 여기에 맞춰 수소충전소도 2020년까지 모두 80곳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런 목표가 제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수소차의 안정성과 대중성, 경제성 등을 따져볼 때 상용화에 이르기까지는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내 집 주변에 기피시설이 들어올 수 없다’는 주민들의 반발로 수소충전소 부지를 쉽게 찾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자, 정부가 결국 주택이 없는 그린벤트 안에 수소충전소 설치를 허용하게 된 것이 그 한 예이다.

업계에서는 수소차와 수소충전소의 안정성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지만, CNG 버스폭발 등 각종 사고를 경험한 대중들 일각에서는 혹시라도 있을 수소폭발 위험에 대한 불안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100%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기까지는 대중화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이다.

현재 수소차에서 사용하는 수소 대부분이 석유자원에서 추출하는 부생수소이고,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얻는 방식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배보다 배꼽이 클 정도로 경제성이 없는 만큼, 수소 확보 방식에서도 획기적인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일각에서 수소차 시대가 빨리 올 것 같은 기대를 갖고 있지만, 수소는 그 어느 것보다도 폭발력이 강한 위험 물질임이 사실이고, 따라서 시장에 저항없이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면서 “수소차의 상용화는 가솔린차와 디젤차의 주도에 이어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장기 공존 시대를 거친 뒤 20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연구원 이항수 선임연구위원도 “수소차는 복합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면서 “그럼에도 수소는 영원히 사용 가능한 에너지라는 점에서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미래의 비전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수소차 연구 개발을 진행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현대차는 투싼 수소차에 이어 2018년 출시를 목표로 차세대 전용 수소차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2020년에는 수소차 차종도 2개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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