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막전막후'

(자료사진)
"정말 힘들었어요. 피말린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 과정을 이 한 문장으로 설명했다.

"처음에는 솔직히 확률이 없다고 보고 들어갔어요. 그리고 협상이 진행되는 4개월 사이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사실 이번 용선료 협상에 대해 정부나 채권단, 심지어 당사자인 현대상선도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채권단 선택은 법정관리뿐"이라고 말한 것을 놓고 사실상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던 것도 이 때문이다.

"4월 26일 이후 끊임없이 선사들과 연락을 취했죠. 대면접촉이 가장 좋긴 한데 물리적인 거리가 있다보니까 컨퍼런스콜을 통해서 하기도 하고, 알다시피 한 곳에서는 아예 참여하지 않기도 했고요"


선주들이 용선료 협상에 소극적이었던데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설마 정부가 국적 해운선사를 법정관리로 보내겠느냐는 시각, 또다른 하나는 용선료 조정을 해줬을 때 현대상선이 앞으로 3~4년 동안 건실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적 해운선사가 2개다. 우리나라는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다보니 외국 선주들 입장에서는 "굳이 깎아줄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라에서 알아서 살리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임종룡 위원장의 '법정관리행' 발언 수위가 높아지자, 정말로 법정관리로 갈 수 있겠구나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하나 해외 선주들은 정부에 현대상선에 지속경영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달라고 요구했다. 객관적인 증거를 내놓으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회계법인 실사 자료를 줬다. 이들은 산업은행에 재차 확인까지 했다.

현대상선을 살린 또하나의 호재는 바로 현대증권 매각이었다. 현대증권이 KB국민은행에 좋은 가격에 잘 팔려서 현대상선이 그동안 연체돼 있던 용선료를 다 갚을 수 있었고, 선주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 테이블에서 '용선료 연체한 거 갚아줄 테니까 용선료 좀 인하해줘라'라고 할 수 있는 카드가 먹혔다"고 설명했다.

사실 선주들의 입장에서는 용선료를 인하해준다는 것이 그들입장에서는 손해다. 선주들도 배를 만들 때 돈을 빌려서 만들게 되고 그 비용을 용선료로 일부 충당한다. 비싸게 돈을 빌려서 배를 만들었으면, 배를 만들 때 비싼 금융비용이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 시장 용선료가 얼마라고 해서, 계약 당시 용선료를 지금 시장가로 인하해달라고 하는 것은 궁색한 논리가 된다는 얘기다. 그들보고 손해를 보라는 얘기랑 같다는 의미에서다.

이 때문에 이번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은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던 것이다. 결국 상거래 차원에서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하는 이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번 용선료 협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 지난달 28일에는 심야회동까지 했다. 실무진은 당시 '더이상 안되나'라는 큰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정말 어려웠다"며 "한 달 전에는 어떻게 되겠지라고 안일한 생각을 했으나 5월 말 심야회동을 하고 엄청 어려움을 실감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4월 26일 이후 수차례 회동을 했다. 서로 대면접촉을 하고 컨콜도 하고 다시 다음날 만나기도 했다"며 "20% 초반으로 낮다고 지적할 수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굉장한 성과다. 그것만큼은 꼭 알아줬으면 한다. 4개월만에 전례가 없는 일을 해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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