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부산· 경남· 울산지역 독서동아리지원사업 대상자 워크숍이 열린 부산의 부전도서관. 멘토의 입에서 "고 신영복 교수의 저서 '담론'은 구입이 지원되지 않습니다"라는 말이 나오자, 그 순간 참석자 30여 명으로부터 탄식이 터져 나왔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전국독서동아리지원사업 대상에 선정된 독서동아리에 대해 도서구입이나 저자강연,문화기행,문집발행 등의 경비를 년100 만원 한도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일 부산 워크숍은 올해 지원사업에 대한 지역 순회 설명회 자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경남지역 한 독서 동아리 간부 신상우(38)씨. 신씨는 경남지역 독서동아리 멘토 윤모씨가 '담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진흥원에서 구입 도서 목록을 빨리 올려달라고 한다. 검사를 맡아야 하니까. 신청하는 책 중에 지원이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신영복 교수의 '담론'은 안 된다" 신씨는 왜 지원이 안 되는지 따지고 싶었지만 멘토가 서둘러 강의를 마무리하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멘토 윤씨는 발언 사실을 인정하고 개인적인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기본적으로 성격에 맞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설명하는 과정에 이적성 관련 질문이 들어왔던 것 같다.아무래도 민감할 수 있는 것은 피하는게 좋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얘기가 되었던 것 같다. 신영복 선생의 '담론'같은 경우는 제가 굉장히 좋아해서 읽었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도 옛날부터 좋아했다. 하지만 그런 좋은 책들이 혹시라도 민감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해서 제가 그렇게 얘기를 하기는 했다. 진흥원에서 '담론' 정도는 허용할 거다.진흥원에서 뚜렷하게 이 책 된다 이책 안된다 한 건 아니다. 재미 교포 아주머니 책이 문제가 됐던 적이 있어 제가 스스로 조심하느라고 얘기했던 것 같은데 그게 문제가 되리라고 전혀 생각 못했다"
윤씨는 "뜻밖의 실수를 한 것이니만큼 회원들에게 오해가 없도록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신씨와 같은 지역에서 독서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심승보(43)씨는 신씨로부터 얘기를 전해듣고 지난 7일 진흥원 담당자에게 확인 전화를 했다. 심씨는 그 담당자로부터 "신영복의 '담론'은 이데올로기 성향이 강해 그 책은 좀 그렇다. 신청을 자제해줬으면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신씨는 "이런 검열이 있다는 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진흥원 담당자는 "그런 통화를 한 적이 없고, 내부적으로 '담론'을 못 읽게 한 적이 없다. 단지 이데올로기적 이념 서적 구입은 피해달라는 것은 기본 방침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