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단호하다.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진해운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라는 입장이다. 대주주가 추가 지원에 나서야만 한다는 것.
한진해운 대주주인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1조 원을 분담해주면 그 때부터는 길이 좀 보일 것이란 얘기다. 1조 원은 한진해운이 향후 2년간 부족할 것으로 추산되는 자금이다.
10일 정부와 채권단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대한항공을 지배하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에 대한 리스크를 추가로 분담하지 않으면 한진해운은 사라질 위기다. 재무구조나 경영상황으로 봐서는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회생이 아닌 청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진해운은 올해 1분기 해운경기 침체로 11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자구 노력을 통해 2014년 2분기 이후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해운경기 침체와 맞물려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한진해운이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 및 선대개편 등 경쟁력 향상 없이는 중장기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한진해운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물음표가 찍히는 만큼 국민의 혈세를 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번 넣게 되면 매몰비용이 아까워 추가로 넣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채권단 역시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현재 한진해운에 발목잡힌 빚이 많지 않은 만큼 손실처리를 통해 떨어버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소탐대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한진해운 구조조정 추진방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용선료협상은 정상화추진방안은 현대상선에 했던 정부 지원수준으로 동일하겠지만, 정상화방안이 가지 못한다면 채권단은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못박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 한 관계자는 "그림은 명확하다. 한진해운은 처음 구조조정 개혁안을 짤 때 채권단이 어떻게 도와줄 상황이 아니었다"며 "법정관리로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지금 이 상황이라면 자신들이 먼저 법정관리 신청을 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급박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조 회장이 서둘러서 판단해야 한다"며 "실기하게 되면, 정부의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인 만큼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통해 청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한진그룹은 선을 그은 상태다. 조양호 회장이 2014년 한진해운을 맡은 뒤 1조원 이상을 지원하면서 대한항공 역시 부채비율이 931%에 달할 정도라 지원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대주주 차원의 지원에 대해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극도로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