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는 지난해 회장 선거와 횡령에서 불거진 문제로 대한체육회의 관리 단체로 지정되는 등 홍역을 겪었다. 때문에 2012년부터 매년 단오(음력 5월 5일)에 열리는 '씨름의 날' 행사도 열지 못했다. 메르스(중동기호흡증후군) 여파가 컸다지만 허수선한 협회 상황이 더 문제였다.
또 지난 2월 설날대회도 주최하지 못했다. 체육회 관리단체였던 까닭에 문화체육관광부가 구성한 준비위원회가 대신 대회를 주최했다.
이런 가운데 보은대회에서 협회가 다시 주최자 자격을 찾은 것이다. 지난 3월 대한씨름협회와 전국씨름연합회가 통합하면서 관리단체 지정이 해제돼 내홍도 일단락된 모양새다. 씨름 원로 박두진 전 한보 씨름단 감독이 일단 통합 회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아직 협회가 제 모습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 집행부가 과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곧 새 회장을 다시 뽑아야 하는 까닭이다.
오는 10월 통합 대한체육회장을 뽑아야 하는 체육계는 산하 단체 협회장도 새로 선출해야 한다. 씨름협회는 오는 7월부터 새 회장 선출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씨름 발전보다는 이권에 눈이 먼 인사들이 여전히 회장을 노리는 현실이다. 이승삼 협회 심판위원장은 "회장 후보로 명망 있고 재력까지 갖춘 인사를 추천했는데 전 집행부에서 등록 기준을 갑자기 바꾸더라"면서 "결국 씨름 발전을 위해 20억 원을 내놓겠다는 인사를 놓치게 됐다"고 혀를 찼다.
현재 씨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도 산적해 있다. 이 위원장은 "현재 씨름 규정이 너무 복잡하다"면서 "규정이 단순해져야 선수들의 기술이 돋보일 텐데 지금은 오히려 심판의 판정이 경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꼬집었다.
7차례 한라장사를 차지했던 강광훈 원로는 "현재 씨름 경기를 보면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긴장과 박진감이 넘쳐야 하는데 선수들, 특히 무거운 체급일수록 지루한 수비전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강 장사는 "한라급도 이제는 백두급처럼 비대해졌다"면서 "근육질의 잘 빠진 몸매로 팬들을 모아야 하는데 한라급까지 저렇게 되면 누가 오겠는가"라고 질타했다.
9일은 백두급 경기에 앞서 제 5회 씨름의 날 행사가 2년 만에 열렸다. 씨름인들은 "중지를 모아 씨름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과연 민족의 스포츠 씨름이 예전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