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전력 상으로는 김진이 우세였다. 김진은 지난 2월 설날대회 백두장사에 오르는 등 통산 3번 꽃가마를 탔다. 특히 최강 정경진(29 · 울산동구청)을 결승에서 3-0으로 완파했다.
또 이날 4강전에서도 김진은 정경진을 잇따라 들배지기로 눌렀다. 강력한 우승후보끼리 맞붙은 사실상의 결승전이나 다름없었다.
반면 윤성희는 2012년 대학 졸업 뒤 우승이 한번도 없었다. 2012년 단오대회, 2013년 설날대회, 2014년 천하장사대회, 지난해 보은 대회 4품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 대회가 생애 첫 결승 진출이었다.
첫 판만 해도 예상대로 김진이 장사에 다가서는 듯했다. 김진은 첫째 판에서 윤성희를 강력한 들배지기로 눕혔다.
하지만 여기서 돌발 악재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김진이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오른 무릎 부상으로 쓰러졌다. 결국 김진이 첫 판을 이기고도 기권을 선언했다. 대한씨름협회 관계자는 "아마 십자인대가 파열된 것 같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장사 타이틀은 윤성희의 차지였다. 윤성희는 첫 판을 내주고도 꽃가마를 타는 묘한 우승을 차지했다. 윤성희의 생애 첫 황소 트로피였다.
우승 소감을 제대로 느낄 리 없었다. 윤성희는 "우승이 확정된 순간 얼떨떨했고 실감도 안 났다"면서 "(김진이) 다쳐서 장사가 된 것이라 아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결승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다. 윤성희는 8강전에서 서경진(울산동구청)과 3판 모두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1로 이겼고, 4강전에서도 신인 임진원(영월군청)에 2-1 신승을 거뒀다.
윤성희는 "지난해 11월 허리 디스크 제거 수술을 받아 복귀한 뒤 3달밖에 안 됐다"면서 "준비를 많이 못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인지 부담 없이 마음 편하게 해서 결승까지 간 것 같다"고 말했다.
목표는 모든 씨름 선수의 꿈과 같다. 윤성희는 "천하장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올 시즌을 마치면 군대에서 2년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천하장사를 이루고 입대하겠다는 굳은 의지다. 윤성희가 생애 첫 장사 타이틀의 상승세를 몰아 꿈을 이룰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