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네 차례. 네 차례
우리마냥 포기당할 것인가.
우린 인간임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더 이상 맹수가 설치는 원시림으로 방기하지 말자.
우린, 우리가 인간이기에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자."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 이한열 군은 '박종철'이라는 제목의 헌정시를 쓰며 "더이상 맹수가 설치는 원시림으로 방기하지 말자"고 외쳤다.
그로부터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87년 6월 9일, 그 역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끝내 죽음으로 이어진 아픔의 현장에 29년만에 추모 동판이 놓인다.
이한열기념사업회(이사장 김학민)는 9일 오후 3시 연세대 정문 앞에서 동판 제막식을 연다.
동판은, 열사가 쓰러진 연세대 정문 왼쪽 기둥 앞에 지난 3일 매립됐으며 이날 그 모습을 공식 드러내는 것.
보도블록 크기의 동판에는 김학민 이사장이 쓴 문구와 제막 날짜, 그리고 헌화를 대신하는 장미꽃이 새겨졌다.
동판 제막식에는 열사의 모친인 배은심 여사와 김 이사장, 연세대 이재용 교학부총장 등이 참석한다.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서 장례식 때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들었던 우상호 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자리를 함께 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국회의장 선출 일정으로 제막식 참석은 어려워졌다.
행사 이후에는 연세대 민중가요노래패 늘푸른소리 등 열사 후배들의 기념 공연도 이어진다.
이한열기념관 이경란 관장은 "3·15 의거의 열사 김주열이 기억되지 못해 이한열이 있었고, 이한열 열사를 기억하지 못해 백남기 씨가 쓰러진 것 아니겠느냐"면서 "29년만에 설치되는 동판은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부터 9월 30일까지 서울 마포 소재 이한열기념관에서는 '이한열 유물전-유월이 이야기하다' 기획전을 열어, 열사와 관련된 물품을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