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 위에 상가 건물…정말 문제없을까

세종시 신도시 건설현장에서 쓰레기 대거 발견…"지반 침하 가능성"

지난 2014년 9월 세종시 종촌동의 한 상가건물 신축 현장에서 나온 폐기물. (사진=주민 제공)
세종시 신도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다량의 매립쓰레기가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 일대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6월 7일자 세종시 건설현장 팠더니 매립쓰레기가 무더기로…'논란')

토지를 분양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전문가의 진단이 엇갈리면서 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세종시 종촌동에 있는 한 상가건물 신축 현장에서 수십톤의 폐기물이 드러난 것은 지난 2014년 9월.

발견된 폐기물은 LH에서 수거해갔지만 어떤 종류의 폐기물이 얼마나 더 매립돼있는지는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과거 이 일대가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된 적이 있다는 원주민 증언도 나오면서, 이곳에 그대로 건물을 올려도 괜찮은 것인지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당시 주민들은 이곳에 폐기물이 매립된 경위 조사와 대책 마련을 LH에 요청했지만 LH의 회신은 없었다.


지난 2014년 9월 세종시 종촌동의 한 상가건물 신축 현장에서 나온 폐기물. (사진=주민 제공)
LH는 폐기물이 매립된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서도, 건물을 짓기 전 지반의 지지력을 살피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LH 세종시특별본부 관계자는 "건축물을 지을 때는 지지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이상이 있을 시 파일을 심는 등의 보강작업을 거치도록 돼있다"며 "건물이 그대로 지어졌다면 지반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향후 조사 계획도 없다는 것이 LH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설명을 주민들에게는 한 번도 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담당자가 바뀌어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전문가들은 '문제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폐기물의 종류도 다양하고 땅속 여건이나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확인 없이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언제 폐기됐고 어느 정도 묻혀있고 현재 어떤 상태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분해가 가능한 폐기물의 경우에는 분해 과정에서 가스가 발생할 수도 있고 분해되면서 지반 침하가 일어날 수도 있다"며 "건물을 지을 당시에는 지반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이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일대에 매립된 폐기물의 종류와 규모를 파악하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타 지역에서도 과거 매립된 쓰레기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골머리를 앓는 사례가 적지 않다.

부산에서는 80~90년대 폐기물 매립지역의 토양오염 문제가 뒤늦게 불거졌다.

또 쓰레기 매립장 위에 지어진 대구의 한 마을은 10년 전 시작된 땅 꺼짐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천안시 등 일부 지자체는 과거 읍·면·동별로 무분별하게 이뤄졌던 쓰레기 매립 실태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1년여 전 발견된 폐기물이 언제 어디서 왔고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문제는 없다고 말하는 LH의 설명을 주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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