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노조 "자본확충펀드는 '꼼수'"

(사진=한국은행 노동조합 제공)
한국은행 노동조합은 8일 정부가 발표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방안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할 구조조정을 돈을 찍어서 해결하겠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한은노조(위원장 김영근)는 이날 낸 성명에서 "제대로 된 민주국가에서 돈을 찍어 특정 기업에 퍼준 적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조는 정부가 '해서는 안되는 짓'을 옳은 것처럼 포장하려다 보니 자본확충펀드의 구조가 복잡해졌다"며 "가당치 않은 시도로 국민을 기만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정도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성명서 전문
꼼수, 꼼수, 꼼수, 또 꼼수

정부는 오늘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여 구제금융을 하겠다는 소위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설립안을 발표하였다. 이를 살펴보면 치졸함에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정부 안을 살펴보면 한국은행이 기업은행에 대출을 하고 기업은행이 자본확충펀드에 대출을 하며 이를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것이다. 또한, 신보의 보증능력이 모자랄 경우 한은이 신보에 출자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는 꼼수이며 꼼수이고 꼼수, 그리고 또 꼼수이다.

먼저, 기업은행은 단순한 '국책은행'이 아닌 '중소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의 설립 근거인 '중소기업은행법' 제1조*는 중소기업 지원이 목적임을 명기하고 있다. 기업은행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중소기업인가? 아니면 대우조선, 한진해운이 중소기업인가? 대기업을 포함한 산업전반을 지원하기 위한 국책은행은 따로 있다. 바로 정부의 잘못으로 지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산은, 수은이다. 이 얼마나 우스운 상황인가. 이제 중소기업은행마저 부실해지면 농협을 끌어다 쓸 것인가? 돌려막기의 끝은 어디가 될 것인가? 중소기업을 지원할 돈을 털어서 대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바로 첫 번째 꼼수이다.

다음으로, 기업은행을 통해 자본확충펀드에 대출되는 자금을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보증한다고 한다. 신용보증기금 또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하여 만들어진 기관이다. 신용보증기금 소개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중소기업 종합지원기관'이라 되어 있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가 소진되면 정작 중소기업들은 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인가? 중소기업을 지원해야할 기업은행 때문에 중소기업의 한도가 줄어드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정부가 직접 보증도 하기 싫어서 엉뚱한 공공기관을 끌어들이는 것이 두 번째 꼼수, 위험의 외주화이다. 추후에 손실 책임은 기업은행과 신보가 지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때 또 어떤 실무자가 억울한 피해자가 될 것인가.

또한, 신보의 보증여력이 부족할 경우 한국은행이 신보에 출자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결과적으로 내가 빌려준 돈을 내 돈으로 보증을 받는 것인데 이것이 말이 되는가? 출자해서 보증받으라는 어불성설이 세 번째 꼼수. 실질적으로 한은은 보증조차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은 정부가 책임져야할 구조조정을 돈을 찍어서 해결하겠다는 꼼수를 덮기 위한 꼼수이다. 제대로 된 민주국가에서 돈을 찍어서 특정 기업에 퍼준 적은 없다. 차라리 당당하게 착복을 하겠다고 말하라. 해서는 안되는 짓을 하려 하면서 옳은 것처럼 포장을 하려 하니 구조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의 작금의 시도는 가소로운 꼼수, 어불성설의 꼼수, 적반하장의 꼼수 그리고 꼼수를 위한 꼼수이다. 한국은행 직원으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요구한다. 정부는 가당치않은 시도로 국민을 기만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정도를 취하라.

2016.6.8.
한국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김 영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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